오 전 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 10년간 살아오면서 죄책감과 자책감이 가슴에 쌓였다”며 “반드시 승리해 잘못된 길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가는 문재인 정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중도 사퇴했고,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됐다.
오 42% 득표, 서울시장 후보로
부산시장 후보엔 박형준 확정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나경원 전 의원 우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본선행 티켓은 오 전 시장이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당에선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경원·이언주 탈락…“과도한 보수 색채에 거리두기, 중도층 표심 드러나”
전문가들도 중도로의 외연 확대에 대한 시민들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통화에서 “과도한 이념적 색채, 지나친 정파성에 대해 거리 두기를 하는 중도층의 표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층조차도 중도로의 외연 확장 없이는 여당에 진다는 위기감에 전략투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보수의 여전사’로 인지도가 높은 이언주 전 의원을 꺾고 2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진영의 극단에 어필하는 식으로는 당선될 가능성이 작다고 본 것”(이종훈 정치평론가)이란 진단이 나왔다.
남은 건 ‘오세훈·안철수’ 후보 간 최종 담판이다. 두 사람 모두 이날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100% 시민 여론조사가 유력하다. 여론조사 문항이 쟁점인데, 오 전 시장은 ‘야권 후보 적합도’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을 선호한다. 여론조사 시기에 있어선 오 전 시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만큼 제1 야당 후보로서 당력을 동원해 추격전을 벌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대표는 “가급적 빨리 하자”는 입장이다. 선관위 후보 등록일은 오는 18~19일이다.
이와 별개로 오 전 시장이 최근 당 경선 토론에서 ‘정치적 결단에 의한 단일화’를 언급한 만큼 경우에 따라선 양측 간 합의로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이전에 서울시 공동운영에 관한 양자 간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오 전 시장의 경선 승리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조만간 만나 건설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