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을 34일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을,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 수용”을 발표했다.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갓 확정하고 본격 선거 모드로 전환한 여야 정치권에 갑작스러운 ‘윤석열’이라는 대형 변수가 떨어진 것이다. 4일 더불어민주당은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다”(허영 대변인)라고 비난한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배준영 대변인)이라고 윤 총장을 감쌌다.
‘정치인 尹’ 기정사실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JTBC에 출연해 “윤 총장이 하고자 하는 법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사수하는 길이 정치밖에 더 있겠냐”며 “문재인 정권과 충돌하는 최전선에 윤 총장이 있다. (본인이 원치 않아도) 국민들이 대선판에 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20개월째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1위다.
與 “영향 없다” 野 “결정적”
하지만 여야는 한 달 뒤 재·보선 영향을 두고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사퇴 자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김종민 최고위원), “당장은 좀 시끄럽겠지만 결국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원내 핵심관계자)이라고 반응했다.
정태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통화에서 “검찰을 개혁하라고 임명했는데 개혁 반대만 하다 정치하러 나가는 총장을 어떤 국민이 좋아하겠나”라며 “선거는 한 달이나 남았다. 윤 총장 변수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야권의 반등 요인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4선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무도하고 불의한 집단이라는 사실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서울, 부산 시민들이 여권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을 거쳐 반(反) 정권의 상징이 된 윤 총장의 사퇴는 국민들에게 ‘이 정부 안 되겠다’는 충격을 줬을 것”이라며 “야권 입장에선 나쁠 것이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선거판 악재·호재 될까
윤 총장 사퇴가 각 진영의 결집을 불러올 것이라는 건 여야 모두의 관측이다. “사퇴한 윤석열의 존재 자체가 여권에 큰 부담”(국민의힘 핵심관계자)이라는 해석에는 정권 심판론이 불붙어 부산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보수가 힘을 모을 것이란 판단이 있다. 이를 두고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의원은 “저쪽에서 결집하면 우리 쪽도 결집한다”며 “대결이라면 조직력이 강한 우리가 더 유리하다. 반작용, 상쇄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STI) 대표는 “지지층 결집으로 향후 1~2주 안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여권에 악재인 건 분명하다. 윤석열 사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터져 애써 띄워놓은 가덕도 신공항, 4차 재난지원금 이슈가 무위로 돌아갔다”고 봤다.
여야는 윤 총장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석열이 어떤 입장과 행보를 이어갈지에 따라 선거 판도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두고 “판·검사의 경우, 즉시 출마는 바람직하지 않다”(이탄희), “일정 기간 잠수탈 것”(정청래)이라는 의견을 냈다.
심새롬·손국희·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