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비핵화에 기여하는지 살펴봐야”
FT는 “통일부는 북한과의 철도ㆍ도로 협력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계획을 마련 중”이라며 “이 장관은 비상업적·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제재 상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예외를 확대하거나 보다 큰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FT는 이 장관이 '북한이 군용이나 핵 개발에 이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한국이 증명할 수 있는 한'이라는 취지의 전제도 붙였다고 소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FT는 추후 '한국과 다른 국가들이…증명할 수 있는 한'으로 표현을 일부 수정했다.
"북한 주민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해야"
대북 제재는 ‘스마트 제재’로 불린다. 민생에 대한 영향을 제한하고 지도부가 핵ㆍ미사일 개발에 쓰거나 통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줄을 죄는 표적 제재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대한 막기 위해 모든 제재에는 인도주의적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지금 제재 체제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가능한데,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북한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또 제재 예외를 위해 북한의 전용 방지를 입증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유엔 대북 제재가 이중용도 물품을 포괄적으로 차단하는 건 그만큼 전용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핵무장을 공언하는 북한이 예외를 인정받아 입수한 물자로 딴짓을 하지 않는다고 한국이 확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신인도와 직결되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제재 타깃은 김정은에 가는 돈줄
이 장관은 비핵화 측면에서 제재의 효용성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도 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를 논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도 제재의 효과는 의심하지 않았다. 한 전직 외교관은 “협상 방법이나 비핵화 상응조치 등 본질적 내용을 두고선 여러 말이 나왔지만, 확고한 제재 체제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점만큼은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공감했다. 이를 토대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결정적 비핵화 조치 전까지 제재만은 절대 건드리지 못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