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병무청에 따르면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전원회의를 열고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요청한 A씨(30)에 대해 대체역 편입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시민단체인 '전쟁없는 세상'에서 활동해왔다. 심사위는 결정 과정에서 A씨가 꾸준히 관련 활동을 했고,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A씨가 속했던 단체는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 속 군사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저항 운동"이라며 현재 '병역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호와의증인' 제외, 평화 신념 첫 인정
해당 단체 "국가폭력 정당화 저항" 캠페인
"그러면 군 복무는 평화에 반하나" 반발
병역자원 고갈 속 징병제엔 악재 가능성
A씨는 지난 2018년 4월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고 대체역 복무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A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나왔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난해 6월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생긴 뒤 나온 첫 사례"라면서 "A씨 이외에 현재 재판 계류 중인 인원이 8명 더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이번 결정이 현재 심의 중인 다른 안건이나 향후 제기될 신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병역 의무의 공평성과 병역자원 수급 문제다. 개인의 신념을 현역 입영 거부의 명분으로 확대하기 시작할 경우 어디까지가 '인정받는 신념'이고, 어디까지가 '인정받지 못하는 신념'인지를 놓고 자의적 판단 논란을 부른다. 또 신념만으로 현역 입영을 거부할 명분을 인정할 경우 향후 징병제 병역이 아닌 '신념제 병역'으로 병역의 의무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보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군 복무를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행위"라면서 "이런 모호한 기준으로 병역거부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징병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A씨의 대체역 편입 결정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에 A씨와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인사는 '이해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회피 신청을 해 이번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병무청은 밝혔다.
지난해 33만명이었던 20세 남성 인구는 향후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2032년부터는 연간 필요한 현역 인원이 20만명인데, (병역자원은) 18만명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병무청은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해 병역판정 기준을 낮춰 현역 판정률을 끌어올리는 등 안간힘을 쓰는 실정이다. 일례로 올해부터는 '조폭형 문신'을 몸에 새긴 사람도 현역 입영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신념'이 현역 입영의 사실상의 기준이 되며 현역병 부족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병무청과 국방부는 이번 A씨의 대체역 편입 결정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