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봄은 계속된다. 2일 개막한 ‘명성황후’는 폐막을 10일 뒤로 미뤄 다음 달 7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도 공연을 3주 연장해 다음 달 28일까지 무대를 연다. 대형 뮤지컬이 ‘퐁당’ 완화에 맞춰 일제히 불을 밝히면서 한번에 맞붙게 된 상황이다. 그 중에 무엇을 볼까. 각 작품에 참여한 제작자ㆍ스태프ㆍ배우에게 ‘이 공연을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다음달까지 공연하는 대형 뮤지컬의 비교 가이드
새단장한 한국 뮤지컬의 ‘맏형’
음악도 바뀌었다. 작곡가 양방언이 편곡에 참여하면서 25년만에 처음으로 국악기를 넣었다. 민중이 나오는 장면, 죽음을 위로하는 부분에서 피리와 태평소 등이‘조선’이라는 배경을 강조한다. 무대에도 25년 전엔 없던 LED장치를 사용해 다양한 장면을 재연했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메시지는 동일하다. 명성황후가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노래하는 마지막의 하이라이트도 강렬하던 그대로다. 윤 대표는 “다만 명성황후를 막연히 칭송하기 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내리게 되는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극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3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스태프들 서약서 쓰고 비밀 지키는 무대 마술
1990년 나왔던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2011년 영국 초연됐던 작품이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성이 유령이 돼 연인을 지켜주는 이야기다. 이지영 연출은 “8년 동안 첨단 기술을 이용한 뮤지컬 작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작품은 30년이 된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사랑 이야기와 기술이 만나면서 완성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제는 ‘사랑과 영혼’을 알지 못하는, 어린 세대의 관객도 많아지고 있다”며 “세대를 관통하는 사랑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3월 14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맞는 이야기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다. 김 감독은 “지금의 시대와 작품의 메시지가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돈키호테는 꿈과 희망을 좇는 존재다. 그런데 거기로 다같이 가자는 게 아니고, 지하 감옥으로 그 꿈과 희망을 가져온다. 코로나19의 시대에 더 와닿는 메시지다.” 김 감독은 특히 돈키호테가 죽음을 각오하고 걸어나가는 마지막 장면, 특히 그가 불렀던 노래를 죄수들이 다같이 불러주는 부분을 백미로 꼽았다. “청중에게 등을 돌리는 엔딩은 ‘맨 오브 라만차’ 뿐일 것”이라며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니 희망을 놓지 말라는 큰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무대전환 118번, 빠르게 지나가는 3시간
이 작품은 프랑스의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누명을 쓰고 투옥한 젊은이가 14년 후 복수를 위해 파멸에 가까이 가는 내용이다. 카이는 “20여년의 복수극을 담아내는 무대세트는 변화가 아주 많고, 의상 전환과 역할 분담도 상당하다”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의 내용을 한 무대에 펼쳐내는 식으로 스펙터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장면 전환은 118번이다. ‘몬테크리스토’는 2010년 국내에서 초연했고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첫 해 95%, 2016년 94%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다. 3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