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우리 술을 만들어 제대로 놀 수 있는 문화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좋은 술을 빚어 제대로 노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8년째 전통주 제조에 매달리고 있는 전통주 업체 예술의 정회철(59ㆍ사진) 대표가 바로 그 사람이다. 지난 6일 만난 정 대표는 "제대로 놀도록 돕는 게 나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길은 노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변호사→스타강사→교수 접고 전통주 빚어
로스쿨 교수 접고 전통주 빚는 정회철 대표
술 익는 소리 듣고 전통주에 매료돼
전통주에 눈을 뜬 건 2006년 무렵이다. 우연히 인터넷으로 본 기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기사에 나온 대로 막걸리를 따라 빚었다. 그는 "조그만 항아리에서 술이 익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 환희는 정말 대단했다"며 웃었다. '보글보글' 술이 익어가는 소리에 매료돼 시작한 술 빚기는 이제 그의 천직이 됐다.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 일을 모두 접고 강원도 홍천으로 향한 이유다. 은퇴하면 머물려고 신림동 강사 시절 사둔 땅(4700여 평)은 그대로 술 빚는 도가가 됐다. 술 빚는 방법은 ‘음식디미방’ 같은 전통 문헌을 찾아 익혔다. 그는 “기본은 전통 문헌으로 하되, 요즘 입맛과 당시의 입맛이 다른 만큼, 새롭게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가 술 빚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채 10년이 안 되지만 이미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지금 빚어내는 술은 탁주인 ‘만강에 비친 달’과 ‘배꽃필 무렵’, 증류식 소주인 ‘무작 53’과 '무작30‘ 등 모두 6종류다. 특히 떠먹는 막걸리로 유명한 '배꽃필 무렵'은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탁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술은 배꽃 필 때(4월) 빚는다는 의미로 이화주(梨花酒)로도 불린다. 빛깔이 희고 된죽과 같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돈보다 전통주 문화 넓히는 게 목표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