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새로운 문법을 쓰는 미국의 '불개미'들은 온라인 주식토론방에서 활동하는 밀레니얼들이다. 이들은 1981~2004년 사이에 태어나 아동·청소년기였던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었다.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학자금 빚 부담과 취업난에 시달렸고 양극화와 고용 불안을 몸소 체험했다.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모바일 트레이딩 플랫폼 등을 활용해 직접 투자에 나선다.
월가를 뒤흔든 젊은 개미들을 알파벳 4글자로 살펴봤다.
S=SNS로 똘똘 뭉쳤다
이곳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특유의 B급 정서가 가득한 '밈(meme·사진이나 동영상을 재밌게 합성해 만든 이미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에게 밈을 통한 소통은 일종의 오락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틴다는 의미의 ‘다이아몬드핸즈(diamond hands)’나 주가를 달까지 끌어올린다는 의미의 ‘투더문(to the moon)’ 등 수많은 유행어가 이곳에서 나왔다.
U=베이비부머와의 항쟁(uprising)
또 다른 밈에는 “당신(기성세대)들은 고교 시절 여름 동안 일해서 자동차를 사는 등 미국의 황금기를 누렸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인기를 끌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사설에서 “기성세대가 경제를 잘못 이끌었다고 생각하는 젊은 투자자들의 분노로 게임스톱 사태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낸 32세 청년 마이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태는 밀레니얼 세대와 빅보이의 싸움”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에는 학자금과 집 보증금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R=리스크? 받고 더블로
콜옵션 구매자가 많아지면 옵션을 판매한 금융사들은 아무리 실현성이 낮은(주가가 뛸 가능성이 낮은) 콜옵션이라 하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헤지 차원에서 주식을 사게 된다. 그 결과 주가가 서서히 오르고, 개미 투자자들이 사들인 콜옵션의 가격도 오른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판매업자들도 한층 더 헤지 매수를 늘린다. 말 그대로 돈이 돈을 부른다. 밀레니얼들은 이런 고위험상품인 콜옵션을 대거 매수하며 주가를 띄웠다.
F=플래시몹처럼 모이고 흩어진다
일사불란하게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밀레니얼들의 특징이다. WSB의 밀레니얼은 스티브 코언 등 헤지펀드 창립자 트위터에 ‘좌표’를 찍고 일시에 공격을 퍼붓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런 게릴라 공격은 불특정 다수가 한날 한곳에 모여 함께 춤을 추는 등 약속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플래시몹’을 연상케 한다.
개미 군단이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를 공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28일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의 게임스톱 매수를 중단시키자 개인투자자들은 대응법을 일사불란하게 공유했다. 거래가 중단된 직후 WSB에는 게임스톱 주식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 명단이 떴고, 미국 증권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민원을 넣는 방법도 올라왔다.
WSB에는 ‘로빈후드 집단소송’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화방도 만들어져 개설 당일에만 2만명 넘는 이용자가 가입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수 중단 조치가 내려진 당일 뉴욕 지방법원에 로빈후드를 상대로 집단소송 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