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2019년 3월 23일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을 조사하던 수사검사에 법무부 출입국본부 소속 A 서기관이 “이거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지난달 초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던 공익신고인이 20일 권익위에 추가로 낸 2차 공익신고서에 담겼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14쪽 분량의 2차 신고서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 수사팀은 2019년 4월 법무부 수사 의뢰로 출입국본부 공무원 3명과 공익법무관 2명을 김 전 차관 출국 관련 정보유출 혐의로 수사했다. 수사팀 검사는 같은 해 6월 25일 출입국심사과 공무원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 서기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학의 불법 출금 이규원 수사 중단시켜"
이성윤 지검장 직권남용 혐의로 2차 신고
A 서기관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수사팀 검사는 A 서기관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A 서기관은 “출국금지 과정에서 출입국 공무원이 잘못한 것이 뭐냐. 검찰 부탁받고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그것을 알고 있느냐. 모니터링(출국조회) 물어보시는데, 지금 이것을 민간인 사찰로 보는 것이냐”는 취지로 답한 뒤 문건 내용과 관련한 진술을 거부했다. 이 같은 내용은 수사팀이 그해 7월 1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제출한 ‘출입국본부 직원 A 통화 경위’ 보고서에 담겼다.
이와 관련 공익신고인은 “부적법한 긴급 출금 승인 과정 등이 기재된 핵심 문서로서 반드시 작성자인 A 서기관의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6월 말경 법무부, 대검 반부패부 등 관계자들이 지휘계통을 통해 안양지청 수사검사의 조사 진행에 항의하고 B씨와 A 서기관 조사 경위·내용을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경로를 거쳐 출입국 공무원 조사 이유와 A 서기관 전화 조사 이유를 보고하게 해 안양지청 조사에 개입하고,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연락했다”라고도 했다. 이후 수사팀은 대검에 관련자 조사를 완료했다고 보고한 뒤 추가 소환조사를 중단하고 출입국본부장·출입국심사과장 등 ‘윗선’을 향한 수사 계획도 접어야 했다.
이 검사에 대한 혐의는 수사팀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이첩받은 총 455쪽 분량의 감찰조사기록과 휴대전화 총 6대에 대한 포렌식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긴급 출금 요청서, 승인요청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수사팀이 그해 6월 18일 자로 작성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최근 불거진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한 이 검사의 혐의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결국 수원고검에는 전달되지 못했다. 당시 수사팀은 같은 해 7월 4일 대검 반부패부에 제출한 수사결과 보고서에 이 검사의 혐의 사실과 관련해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되었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라고 적었다. 공익신고인은 “대검 반부패부가 요구한 문구를 그대로 포함해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 보고라인의 정점은 이성윤 반부패 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진다.
공익신고인은 다만 “당시 대검 내부의 단계별 구체적인 보고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당시 반부패부 책임자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신고했다. 당시 출입국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에 개입하고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출입국본부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이유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