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2021 ③ 한·미동맹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의 힘을 믿는 전통적인 동맹주의자다. 인수위 구성 뒤 가장 먼저 외교안보 각료 후보자들부터 지명하며 “동맹국들과 협력할 때 미국이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는 나의 신념을 구현할 팀”이라고 밝혔다. 동맹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며 툭하면 주한미군 철수 협박을 일삼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동맹관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방위비 고비 넘어도 동맹 비용 여전
바이든, 중국 압박 역할 요구 가능성
미국·중국 줄타기 외교해온 문 정부
‘민주 정상회의’가 한·미공조 시험대
북핵, 전문가 집단 주도로 협상
한국, 중재자 역할 기회 생길 수도
트럼프는 떠나지만 트럼피즘은 남아
이런 현상은 미·중 갈등이 심해지며 더 두드러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추구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 측면에서 역할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 기조인 인도·태평양 개념을 계속 쓰는 점을 주목한다. 인도·태평양 구상 자체가 인도양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측 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압박을 위해 쓴 관세 조치는 미봉책일 뿐이고, 규칙을 자꾸 어기는 중국을 배제할 수 있는 새로운 통상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아예 다시 써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는 중국의 통치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뜻인데, 이 과정에서 동맹국과 우호국과 힘을 합쳐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제안은 미·중 간 줄타기 외교를 해온 한국에는 큰 숙제가 될 수 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한국의 입장을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정상회의에서 표출될 대중 압박 전략 기조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지가 관건이다.
대북 정책, 대중 정책 일부 될 수도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올해 5년 차를 맞는 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마음이 급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접근법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수립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과 신냉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대아시아 정책, 특히 대중 정책의 일부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바이든 행정부도 북핵 문제에 관심은 갖겠지만,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상황이 좋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망쳐놓은 이란 핵합의 복원 등이 급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인식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초조해진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도발하는 양상을 반복한다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한·미 공조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