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늦어지면 내년도 역성장"
여기에 불투명한 백신 보급 시기도 변수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충분한 접종이 언제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백신 보급도 늦어진다면 경제가 올해보다도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 충격 장기화…"지갑 닫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 양상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지난 4월과 9월 각각 108만개와 83만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사라진 일자리 대부분은 지역서비스업종이었지만 제조업 분야(9월 기준) 일자리도 16만개 줄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제조업 같은 핵심 일자리는 숙련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번 사라지면 다시 만들기 힘들다. 또 제조업 일자리가 줄면 연관된 다른 산업 일자리도 동시에 감소한다. KDI는 “코로나19로 제조업 일자리 16만개가 사라지면서 향후 10년간 서비스업 일자리 16만개가 관련 제조업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고용충격은 기업들의 내년 채용계획에도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9일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와 비교해 신규채용을 ‘줄일 것’(28.3%)이란 응답이 ‘늘릴 것’(12.0%)이란 답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절반 이상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올해와 ‘비슷할 것’(59.7%)이라고 답했다.
일자리가 다시 늘지 않으면, 일자리 감소→소득 감소→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올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 통계에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3분기 전체 가계소득은 정부지원금으로 늘었지만 평균소비성향은 69.1%로 떨어졌다. 평균소비성향은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 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한 비율이다. 3분기 평균소비성향이 70%를 밑돈 것은 통계작성이래 처음이다. 안정적 소득인 근로·사업 소득이 줄면서 씀씀이도 줄여 버린 것이다. 여기에 늘어난 가계부채도 소비 증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닌 못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가계 소비여력 훼손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이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속가능 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수출·투자 완만히 회복…"미·중 갈등·환율이 변수"
여기에 수출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제품 해외시장 수요 회복으로 증가가 기대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이 올해와 달리 코로나19 확산에도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통상환경은 변수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제재에 우리나라도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2016년 사드보복 같은 대중 마찰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중소·중견기업은 이번 정부들어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비용 부담이 높아진 상황인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쳐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환율 영향도 중소·중견에 집중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부담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