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수목원)의 폐쇄회로TV(CCTV)에 그대로 담겼다. 수목원 측이 공개한 두만의 마지막 모습이다.
두만은 지난 20일 정오 무렵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숲에서 보낼 5번째 봄이 오기도 전이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2017년 1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의 좁은 우리에 갇혀 살던 두만을 데려왔다. 호랑이숲은 축구장 크기의 4배인 3만8000㎡의 드넓은 초원으로 호랑이들이 자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산림청이 백두대간 자락에 조성한 숲 형태의 우리다.
호랑이 수명은 야생에서 13∼15년, 사육환경에서 17∼20년 정도로 두만은 수목원 도착 당시에도 고령인 편이었다. 수목원이 마련한 우리에서 ‘진짜’ 숲으로 나가기까지 적응 과정도 1년이 넘게 걸렸다.
당시 두만은 늠름한 자태를 뽐냈다. 사육사가 닭고기와 소고기를 던져주자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두만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자 순간 온몸의 털이 쭈뼛하게 설 정도였다. 당시 호랑이를 돌보던 전재경 수의사는 “호랑이가 숲에서 뛰놀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해 주는 일은 뜻깊고 경이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에는 두만이 느릿느릿 숲속 산책로를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제대로 걷지 못했지만 이날 두만은 햇살 아래서 자연을 마음껏 만끽했다.
두만은 중국에서 들어온 백두산 호랑이다. 2001년 5월 16일에 태어난 두만은 2005년 11월 중국 호림원에서 국내로 들여와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생활했다. 두만의 좁은 우리 생활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들어오면서 끝났다. 산림청은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와 산림 생물자원을 보전·관리하기 위해 2009년~2015년 2200억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을 조성했다. 호랑이들이 뛰놀 수 있는 호랑이숲도 포함됐다.
민경록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주임은 “호랑이숲에서 자유롭게 거닐며 백두대간을 즐기는 두만의 첫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며 “그동안 고생했던 두만이가 편안하게 영면하길 바라며 앞으로 호랑이숲에서 호랑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앞으로 신규 개체를 추가 도입해 백두산 호랑이 종 보존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20여 마리의 호랑이가 동물원 등에 있다. 호랑이숲에는 10마리의 호랑이가 살 수 있다.
봉화=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