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한 말이다. 리 총리는 이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3분기 이내로 싱가포르 전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셴룽, 백신 확보상황 접종 일정
예산 8180억 공개 국민불안 해소
문 대통령, 국산백신·치료제 중점
해외 백신 개발 뒤에도 그대로
전문가 “투명·신뢰 리더십 중요”
리 총리 담화 하루 전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10개월만으로 확진자가 1030명을 기록한 다음 날이다. 문 대통령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백신을 언급했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마지막 고비다. 그때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라는 말이 전부였다. “4400만 명분의 물량을 확보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지난 9일)고 했던 백신의 구체적인 접종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진정 지도자가 필요한 건 국가적 위기 때다. 통상 관리 수준을 넘는 결단을 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위해선 소통도 필요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역량이 부각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포함해서다. 한때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문 대통령의 리더십도 백신 국면이 되자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하고 전 국민 접종 계획을 발표한 리 총리와 비교되고 있다.
①소통했나=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최고의 리더십은 신뢰에서 나온다”며 “코로나처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일수록 대통령 메시지의 투명성과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리 총리는 14일 대국민 담화에서 향후 절차를 명확한 청사진으로 그려냈다. 그러면서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아야 함을 권고했으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점도 명시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13일 중대본 회의에서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모두가 힘들고 지쳤지만,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자. K방역은 위기 순간에 더욱 강했다”는 추상적 내용으로 일관했다. 코로나19 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문답을 한 적은 없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은 비관적 상황으로 이어지곤 했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종식된다. K방역은 모범 사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근에도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으나 오히려 하루 확진자 1000명 시대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9일 회의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에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외국에서 많은 접종 사례들이 축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정부가 2, 3월 접종을 꿈꾸는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 전일 가능성이 크다.
③컨트롤타워인가=주요국에선 국가 지도자가 회의를 주재하고 발표도 한다. 리 총리의 브리핑도 그 차원이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백신 수급 상황을 설명한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정 총리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1분기부터 공급이 시작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다. 다만 1분기 언제라는 것은 특정이 안 되어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두고도 문 대통령은 “중대본이 과감히 결단해달라”고 했다.
④변화에 대처 능력 있나=싱가포르도 3, 4월에 확진자가 1000명대로 치솟은 적이 있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보건부는 백신 전략을 위한 의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했고, 정부는 이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했다”고 했다. 백신 확보에 나선 배경이다. 약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180억원)를 배정했고,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시노백 등과 계약했다. 리 총리는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고, 싱가포르가 백신 확보 노력의 말미가 아닌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리라고 판단했고 내년 나오는 국산 백신과 치료제에 몰입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K방역에 이어 K바이오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희망과 자부심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후에도 정부의 대처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 총리는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의 활용도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의료분쟁 때 의료진·간호사들 갈라치기를 했다. 이번 백신 국면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도 지난달 12일이었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인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백신이 있느냐 없느냐가 리더십의 본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불확실성의 제거”라며 “현재 백신 확보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하며, 앞으로 어떤 복안이 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등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음모론 등 국민적 불안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오현석·서유진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