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반민주적 행태에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면 집권세력이 공수처를 장악해 무엇을 하려는지 그 이유가 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입법화는 일단락된다”며 “이제 우리는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이루고 그다음의 발전 단계를 지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등 법사위 단독처리
여당의원들 “그들이 도와” 농담 오가
공수처법 기습 상정, 기립 표결
야당 “추미애 같은 공수처장 올 것”
필리버스터로 본회의 저지 나서
그들만의 법사위 … 윤호중 방에선 “가세연이 X맨” “하하”
윤 위원장은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니까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한 뒤 기립 표결을 주문했다. 민주당 법사위원(10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원팀’처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원장을 제외한 법사위원 17명 중 11명 찬성이었다.
“표결 결과 과반 찬성으로 법안이 의결됐다”고 선포하는 윤 위원장의 오른팔을 주호영 원내대표가 붙잡자 윤 위원장은 “왜 이러세요”라며 밀치다 의사봉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다 겨우 주변을 뿌리치고 왼손으로 의사봉을 다시 잡아 ‘탕, 탕, 탕’ 세 번 내리쳤다. 단체로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늘부터 법사위는 없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법 마음대로 바꾸라”(장제원)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이 다 책임지고 심판받으라. 당명에서 ‘민주’를 빼야 한다”면서 “공산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말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 기준을 ‘의결정족수의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고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을 현행 변호사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는 ‘김용민안’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수부대 작전 같이 삼권분립을 유린했다”며 “이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같은 공수처장이 그곳의 문지기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만 참석한 채 열린 상법 안건조정위원회는 회의 초반부터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 직전 법사위원장실에 모인 윤 위원장과 여당 측 위원들이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보수 유튜브 채널)가 ‘엑스맨’ 같다. 우리를 도와준다”고 농담하며 “하하” “호호” 크게 웃는 소리가 문틈으로 새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야당 당직자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법사위”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날 오전 경찰은 가세연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3월 문 대통령과 이만희 신천지 교주가 악수하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내보냈는데, 사진 속 인물이 이 교주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당당하고, 저자들은 얼굴조차 제대로 들지 못할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폭망’해 가니 초조한 마음에 (공수처를) 방파제·안전판으로 만들지만, 그럴수록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환노위와 행안위도 야당의 불참으로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노사 유불리를 떠나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심새롬·윤정민·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