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백신 반대론자들은 최근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반대해 온 시민단체, 종교단체들과 결집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 인권 침해”라며 “‘의료의 자유’에 따라 백신을 맞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하게 만든 백신, “믿을 수 없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자넬레 윗튼은 미국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백신 접종에 회의적이지 않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당장 맞지 않을 것”이라며 “백신 개발 속도전이 오히려 잠재적 부작용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대 백신 전문가이자 FDA 백신 자문가인 폴 오핏도 “백신 반대론자들의 냉소주의와 일반인들의 회의론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현재 미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건전하고, 당연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미 의료인들도 “세부 자료 공개하라”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오닐연구소장도 “병원은 의료종사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는 동시에 위험에 빠뜨려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흑인·라틴계, 인체실험 역사 '백신 불신'으로
실제 보건·교육·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비드 공동프로젝트’가 지난 9월 미국 내 흑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답한 비율은 14%,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당시 미 보건당국은 매독 치료를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감행했다. 당사자들에게는 숨기고, 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이 실험으로 7명이 매독으로, 154명이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흑인 사회는 당시의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고 극단적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하이오주에 사는 흑인 카르멘 베일리는 “올해 4월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제대로 의사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지금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은 (실험용) 기니피그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흑인 등 유색인종 환자가 40%에 이른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취약 집단인 이들이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 치료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 등 유색인종 지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백신을 맞겠다고 공언하는 등 백신 불안감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내 백신 거부감이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의무적으로 접종하도록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