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이화여대 윤호영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연구팀과 유튜브 내 뉴스 생태계 및 검색·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지난 9월 30~10월 2일 ‘윤석열 장모’와 ‘추미애 아들’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를 구글API(기존 검색 기록이 반영되지 않은 검색 결과 데이터)로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해보니, 유튜브는 기존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동영상을 주로 검색결과 상단에 배열했다. ‘윤석열 장모’와 ‘추미애 아들’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상위 50개 영상을 분석한 결과 기존 언론사 제작 영상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윤석열 장모’ 키워드 관련 영상은 JTBC 뉴스(9건) 등 방송사 뉴스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미애 아들’도 SBS뉴스(12건) 등 방송사 뉴스가 40건이었다. 반면, 김용민TV·서울의소리·시사의품격·시사건건 등 언론사가 아닌 채널들이 업로드한 유튜브 영상은 상위 50개 중 10% 미만이었다.
유튜브 여론 생태계 분석②
알고리즘은 OK? 핵심은 '시청시간 늘리기'
실제 조회수, 구독자수 상위 채널 중엔 비(非)언론사 채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러스의 정치·이슈 분야의 구독자 수 및 조회 수 상위 채널에는 구독자 수 2위에 오른 신의한수(131만명)를 비롯해,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3위, 117만명), 진성호방송(3위, 110만명) 등 상위 20개 중 9개가 비(非)언론사 채널이다. 조회 수 상위 20개 채널 중에도 비(非)언론사 채널이 11개를 차지했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는 거대한 광고 플랫폼이기 때문에, 영상의 내용이나 의미보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설계된다"며 "특정 사용자가 특정 정치 성향의 영상을 오래 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사용자에게 그와 유사한 영상을 계속 추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자의 관심에 맞게 걸러진 정보만 소비하는 '필터버블'이나, 비슷한 영상만 추천받아 반복 시청하는 '토끼굴 효과'가 현재 유튜브에서는 더 심해질 수 있단 얘기다.
기성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들도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전 세계 언론사들이 유튜브식 소비 패턴에 적응하면서 '유튜브 화(化)'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가 미 대통령선거 관련 허위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기성 언론의 영상을 더 많이 노출하도록 조정하자 보수 성향의 폭스(FOX) 뉴스의 영상을 추천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스럽게' 자극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제목을 뽑은 언론사들이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에 더 유리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신뢰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는 '신뢰'의 의미가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호영 이화여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을 신뢰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사회적 논란을 바라보는 의견이 양극화될 때, 이를 균형있게 잡아줄 중간지대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인의 44%는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전 세계 40개국 중 4번째(1위 터키, 2위 멕시코, 3위 필리핀)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치 관심도가 높고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사람들에게서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강화된 유튜브 극단주의, '플랫폼 투명성 확대' 필요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신뢰받는 중간지대의 스피커'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튜브 이용자의 편향성을 지적하기 전에, 한국의 엘리트들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소통 역량을 충분히 가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좌·우를 떠나 신뢰받을수 있고, 참조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는지 짚어볼 때"라고 말했다.
사용자 스스로 편향적 뉴스 소비를 피할 방법도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은 "유튜브의 개인설정을 통해 내가 보는 영상 목록과 검색기록을 수집하지 못하게 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과거 소비 기록에 지배당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양극단의 10%에 대한 대책보다는, 80%의 다수 중간층이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원엽·박민제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