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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아들''尹장모' 검색해보니...유튜브는 '확신범' 양성소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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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윤석열 장모''추미애 아들' 키워드로 유튜브 검색 알고리즘을 분석한 결과 편향된 내용만 다루는 채널이 다수 나왔다. 김종훈 인턴

'윤석열 장모''추미애 아들' 키워드로 유튜브 검색 알고리즘을 분석한 결과 편향된 내용만 다루는 채널이 다수 나왔다. 김종훈 인턴

자영업자 정모(42)씨는 하루 5~6시간씩 유튜브를 본다. 주로 정치나 운동 관련 채널을 찾아본다. 그런데 최근엔 로그인하지 않은 채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늘었다. 그는 “정치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쪽 입장만 담은 영상들이 많이 나온다”며 “다양한 입장을 알고 싶단 생각에 요샌 로그아웃하고 본다”고 말했다.

유튜브 여론 생태계 분석①

국내 뉴스 소비자 45%가 이용하는 유튜브에서 편향된 여론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유튜브의 검색·추천 알고리즘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거나 극단적인 주장을 담은 콘텐트를 반복 소비하도록 부추긴다는 우려다. 유튜브가 정말 건전한 '공론의 장' 형성에 방해가 되는 걸까.
중앙일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화여대 윤호영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연구팀과 함께 유튜브의 뉴스 콘텐트 생산 구조 및 검색·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튜브에선 찬반이 확연하게 갈리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만 담는 동영상을 꾸준히 공급하는 생산 구조가 공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이같은 생산 구조와 결합해 ‘편향된 여론’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극과 극 내용 담은 생태계

유튜브(키워드별 분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튜브(키워드별 분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연구팀은 지난 9월 30~10월 2일 구글 API를 활용해 ‘윤석열 장모’와 ‘추미애 아들’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동영상을 수집했다. 구글 API는 개발자 모드로 유튜브 검색결과에 접근한다. 즉, 구글 API를 활용하면 과거 검색 기록의 영향을 배제한 채 키워드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모두 찾을 수 있단 의미다. 연구팀이 검색어로 활용한 키워드는 조사 기간 가장 화제가 된 국내 정치 이슈다. 검찰개혁,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각각의 입장이 갈리기 이슈라, 연구팀은 유튜브 내 상반된 여론 형성 과정을 살펴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조사 기간 동안 ‘윤석열 장모’로 검색했을 때 유튜브가 결과로 노출한 동영상은 517개(채널 수 140개), ‘추미애 아들’ 검색 결과 나온 동영상은 511개(채널 수 108개)였다. 연구팀은 총 204개(중복 44개 제외) 채널 중 각 키워드 관련 영상 개수가 많은 상위 30개 채널(총 60개)을 분석했다.

분석해보니, 각 키워드에 관한 영상을 많이 올린 채널들은 ‘친여 정책 성향’ 채널과 현 정부에 반대하는 ‘친야 성향’으로 확연히 갈렸다. 연구팀은 친여 정책 성향 채널에 대해 '현 정부 정책에 찬성하거나 검찰 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친야 성향 채널은 '현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채널'로 정의했다.

‘윤석열 장모’ 관련 영상을 가장 많이 올린 채널들은 주로 친여 채널이었다. 구독자 50만 6000명의 ‘서울의 소리’가 47개의 관련 영상을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이 채널은 진행자인 백은종 대표가 최근 황소를 타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항의하러 가는 영상을 올리는 등 유튜버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친여 채널로 꼽힌다. '민주 진영과 함께하는 채널'을 표방하는 ‘이송원TV’(구독자 18만3000명)는 윤석열 장모 영상 25개를 업로드해 2위에 올랐다. ‘알리미 황희두’(28만1000명),‘김용민TV’(46만2000명) 등 상위 30개 채널 중 19개가 친여 정책 성향이었다.

유튜브(이슈별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튜브(이슈별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추미애 아들’을 유튜브에서 검색하자, ‘윤석열 장모’ 검색결과에는 등장하지 않던 채널들이 대거 나왔다. ‘추미애 아들’ 관련 영상은 ‘진성호 방송’에서 가장 많이(50개) 만들었다. 진성호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18대 국회)이 진행하는 이 채널의 구독자는 111만명이다. 2위는 종합편성방송 ‘TV조선’(구독자 80만명)의 유튜브 채널로, 관련 영상 34개가 검색됐다. ‘신의한수’(132만명)나 ‘[정광용TV]레지스탕스TV’(33만1000명) 등 친야 성향 채널이 전체 30개 중 10개였다. ‘Media VOP’(민중의 소리·47만1000명) 등 친여 정책 성향 채널도 상위 30위 안에 5개가 포함됐다. 다만 친여 채널들은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내용을 다루되, ‘추미애 아들 의혹 완벽 정리, 검찰개혁 막으려고 티끌이라도 잡는 중’ 등 의혹을 반박하는 내용이 많았다.

검색 유발 위한 작업장 존재

조사대상 204개 유튜브 채널들은 '추미애 아들', '윤석열 장모'처럼 편가르기가 심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지지하는 진영의 입장만 반복 재생산했다. 96개 채널이 ‘윤석열 장모’ 관련 영상만 올렸다. 이중 기성 언론사를 제외한 91개 채널이 올린 영상을 분석한 결과 친여 성향이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이들 채널에선 ‘윤석열 장모 클라스 어마어마하네요’ 등 관련 의혹을 부각한 영상을 올렸다. 91개 채널 중 친야 성향은 21%였다.

반면, ‘추미애 아들’ 키워드만을 다룬 채널 64개은 친야 성향이 압도적이었다. 64개 중 기성 언론사의 유튜브 채널을 제외한 50개에서 86%가 친야 성향으로 분류됐다. 50개 중 친여 정책 성향은 10%였다. 86%를 차지한 친야 성향 채널들은 ‘추미애, 보좌관과 카톡 대화 들통’ 등 추 장관에 비판적인 내용을 주로 담았다.

유튜브(비뉴스 채널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튜브(비뉴스 채널 분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두 키워드 관련 영상을 모두 올린 채널은 전체 204개 중 22%(44개)에 불과했다. 윤호영 교수는 “이들 22%는 최소한 ‘기계적 측면에서의 공정성’(양쪽 내용 보도량을 맞추는 공정성)을 맞추려고 하는 채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선 포털의 어뷰징(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행위)과 유사한 일명 ‘작업장’ 유튜브들도 다수 발견됐다. 작업장이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은 엉뚱한 동영상을 올리는 채널을 말한다. 예를 들어 ‘라디오 ○○’이라는 채널은 5개월 전 베트남 지역 카페 폐쇄회로(CC) TV로 추정되는 영상 10여 개를 올린 다음 최근 윤 총장 장모 관련 내용이 제목에 포함된 동영상을 70개 이상 올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사태를 얘기하면서 윤 총장 부부 사진을 보여주는 등 엉뚱한 콘텐트가 대부분이다. 윤 교수는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인기 검색어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채널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 양극화 유발 '삼박자', 유튜브에 있다

‘검색’은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시청 방식이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유튜브 이용자 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한 결과에 따르면 '내가 원하는 영상을 직접 찾아서 본다'는 이들이 84.6%로 다수를 차지했다. 검색 또는 채널구독이 유튜브 동영상의 주 유입 경로라는 의미다. 이런 소비는 편향된 의견을 원하는 수요로 이어진다. 윤호영 교수는  "유튜브에서 뉴스미디어 댓글을 분석한 기존 연구결과를 보면 각 채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댓글 내용도 확연히 달라진다"며 "편향된 의견을 원하는 수요가 유튜브에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번 중앙일보와 윤 교수의 분석에서는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는 편향 콘텐트 생산 구조가 확인됐다. 윤 교수는 “현재 유튜브는 편향된 콘텐트를 공급하는 구조가 갖춰 있어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즉 수요와 공급, 촉매(알고리즘)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간 지대가 사라지고 여론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단 의미다.

유튜브 글로벌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튜브 글로벌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튜브 생태계 지형이 듣고 싶은 내용만 계속 듣게 되는 필터버블(확증편향)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는 “한쪽 얘기만 하는 편향된 콘텐트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고 과거 라디오·신문·잡지·포털에도 많이 존재했다”며 “하지만 유튜브라는 환경은 해당 콘텐트에 도달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효과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정원엽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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