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시즌을 맞아 직장가가 술렁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 변화에 대한 절박함 등이 더해져 대기업 그룹사들을 중심으로 어느 해보다 과감한 인사가 이뤄지는 중이다.
[기업딥톡]
젊어지는 임원들
롯데그룹 역시 새롭게 대표 자리에 오른 13명 중 6명이 50대다. 앞서 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L&C 등도 대표이사를 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했다. 이 밖에 컨설팅 기업 출신 등 외부인사의 임원 영입, 여성 임원 증가도 눈에 띈다.
국내 5대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19년 차 이 모 부장(팀장)의 경우 동기 30명 중 벌써 4명이 임원을 달았다. 반면 아직 팀장이 안 된 사람도 5명이나 된다. 이 부장은 “(임원 승진이)너무 빨라지다 보니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129명 중 1명만 ‘별’ 단다
LG그룹 계열사의 공채 출신인 B씨는 “예전엔 공채 남성 임원이 절대적으로 많았다면 이제 외부인사·여성 직원 등과도 경쟁해야 해 갈수록 (임원 되기가)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급별 2~3년 보장은 옛말
문제는 ‘꽃의 수명’이다. 임원이 되면 정년을 보장받는 정규직원에서 계약직으로 지위가 바뀌는 게 대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상무·전무 등 직급별로 2~3년의 임기를 채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1~2년 만에 짐을 싸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기업 박 모 부장은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는 별칭처럼 법적으론 1년 계약직”이라며 “심지어 너무 정치적이거나 욕망이 과하거나 속썩일만하다 싶으면 빨리 임원을 시켜서 1년 만에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임원보다 ‘정년’과‘워라밸’
맞벌이 부부 김지은(가명·42)씨도 현실적이다. 그는 “남편과 나 중 임원이 된다 해도 애들을 키우면서 임원을 유지하고 계속 승진하려면 내조든 외조든 누구 한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며 “둘이 부장급으로 벌면서 오래 가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직장인 10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원이 되려고 준비 중’이라는 답은 전체의 34.7%에 그쳤다. 현재 직장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직급 상관없이 정년까지 보장받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24.4%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 ‘열정 유지’ 방안이 관건
전문가들은 기업들도 인사와 직원교육에 있어 실질적인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사·조직 분야 전문가인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평생직장 개념이 옅어진 시대에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최고 수준의 열정과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일찍부터 임원과 비임원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달라진 직장·조직 상황에 적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보장하는 한편, 지금 일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다음 직장이나 창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는 쪽으로 인재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