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부족한 실험 장비를 무료로 빌려 써 결과적으로 국가 예산을 아낀 직원을 끝내 징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적극 행정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농진청은 “회계질서 문란”으로 봤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법원이 “장비대여 업체의 청탁 정황이 전혀 없다”고 판결했지만 농진청이 징계를 강행했다. 농진청 노동조합은 “비상식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불문경고 처분 내려져
대여 장비는 기초 실험장비인 동결건조기(1380만원·새제품 시중 가격 이하 같음)를 비롯해 원심분리기(286만원)·전자저울(341만원)이다. A연구사 등은 대여 전까지 50m가량 떨어진 본관으로 이동한 뒤 ‘다른 실험실’의 장비를 써야 했다. 자연히 연구 능률은 떨어졌다. 시료를 외부로 들고 다니는 만큼 오염 가능성도 따랐다. 이후 바뀐 연구환경에서 A연구사는 국제학술대회 논문발표 성과 등을 냈다.
'혐의 없음'에도 징계요구 바뀌지 않아
결국 A연구사가 먼저 가장 낮은 징계인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다. 죄는 묻지 않지만, 경고는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문경고에도 1년간 성과포상이 무조건 제외되는 불이익이 따른다. A연구사는 최근 3년간의 성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B연구관은 현재 인사혁신처 징계위원회(27일 예정)를 앞두고 있다.
법원까지 '기각' 결정했지만...
법원은 기본 장비의 부재로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A연구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빌린 장비가 중고라 가치가 크지 않은데다 연구실내 공용으로 사용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됐다. 특히 법원은 “(A연구사 등이) 장비대여업체로부터 어떠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만한 정황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비상식적 징계"
B연구관은 “2개월전쯤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며 “몸도 마음도 망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농진청 "공직자 청렴의무 높아야"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