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의 출산이 국내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안 돼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확인되면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당장 여당에서 제도 개선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불붙은 ‘비혼여성 출산’ 논쟁
여성계 “가족 형태 다양성 존중을”
여당 “비혼 관련 제도 개선 검토”
종교계 “개인적 희망에 생명 좌우”
여당 “제도 보완” 가세
한 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이 아닌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이 비혼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을 어렵게 하고 있고, 법상 세부 규정이 없어 혼선이 있는 게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배우자가 없는 경우 (체외수정에 따르는) 배우자의 서명 동의가 필요 없고, 모자보건법에서 자발적 비혼모의 인공수정 등을 규제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선 현장의 지침은 다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정자·난자 공여 시술의 경우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의장은 이에 대해 “법에도 없는 금지를 시행 중인 것”이라며 “복지부는 불필요한 지침 수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해달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19일 중앙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수 년전 사유리와 동일한 이유로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을 원했지만, 국내 최고의 인공수정 전문병원에서 단호히 거절당했다”며 “우리나라에서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은 배우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연봉은 2억원에 가깝고, 아파트를 보유해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충분했다”며 “국가가 비혼 여성의 출산을 가로막으면서 저출산 대책을 운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비혼율 급격 증가…제도가 현실 반영해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남성의 비혼율은 53.2%, 여성은 42.3%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만 40세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비혼율이 12.1%였다. 30년새 10배 가까이 올랐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30대 중심으로 결혼·가족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서구는 2000년대부터 동거·비혼 등 다양한 가족 구성이 등장했고, 법과 제도가 따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보면 출생률 증가가 아닌 결혼 장려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며 “아직 결혼만이 가족 구성의 중요한 제도로 남아 있는데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비혼 출산율이 2014년 기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9.9%에 크게 못 미치는 점도 언급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이해가 커진 게 큰 수확”이라며 “논란이 큰 건 그만큼 사회 분위기가 보수적이라는 방증이다. 미혼모, 미혼부, 비혼모 등 다양한 가족 지원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만 출산할 권리?…아빠 없는 아이는 행복할까”
한 네티즌은 “과연 아빠 없는 아이가 행복할까. 엄마는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아이는 없다는 게 정상적인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입양제도를 보완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른 네티즌은 “아이를 낳고도 버리거나, 인신매매 등 악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봐야 한다”며 “비혼 출산이 가능하려면 경제력·인성 등에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정·황수연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