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한 17일, 더불어민주당은 종일 가덕도 신공항 추진 열기로 들썩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증위 발표 1시간 반 만에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제 김해신공항 추진계획을 백지화하고 새로운 동남권 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이낙연 대표)고 선포했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이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조응천 국토위 여당 간사, 김두관·김정호·민홍철·박재호·이상헌·전재수·최인호 등 부·울·경 지역 의원이 총출동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이끄는 당내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 구축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절차 단축 ▶관련 고위 당·정·청 회의 개최 ▶민주당 지도부의 연내 가덕도 현장 방문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날은 부산시장을 새로 뽑는 내년 4·7 재보선 D-141일이었다. 이 대표는 “부·울·경 시·도민들께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은 없도록 해야 한다”, “부산은 2030년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고 정치적 수사를 펴면서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합법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발언권을 넘겨받은 김 원내대표는 과거 정권의 신공항 관련 결정은 정치적이었고, 이번 결정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결정한) 김해신공항 확장 계획은 지역 간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결단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면서 “(이번) 검증위 결정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내리는 것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다. 야당은 지역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검증위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선거 코앞인데 “정치 아닌 생존”
하지만 이날 가덕도 신공항을 향한 민주당의 발걸음은 만반의 준비 끝에 신호를 받고 툭 튀어나가는 육상선수를 연상시켰다. 청와대가 “정부의 공식 입장은 관계 장관 회의 결과를 기다려달라”(핵심 관계자)고 한 때에 민주당에선 “정부도 그 (검증위) 결론을 수용했다”(이 대표)는 공식 발언이 나왔다.
원내선임부대표를 맡은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기자들과 만나 “가덕신공항 특별법 성안 작업은 이미 다 됐다. 인천공항이 특별법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인천공항 특별법 추진할 때를 기초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특별법과 관련해 “11월 말에는 (발의를) 할 것”이라며 “야당도 반대는 안 할 테니 합의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산업과 물류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김성환 그린뉴딜 분과위원장)는 것과 함께 “어느 때 보다도 여야의 협치 분위기가 높다”(최 수석대변인)는 논리로 정당성을 피력했다. 박 의원은 회의 후 “국민의힘 하태경 부산시당위원장과 오늘 통화를 했다. 내일 오전 부·울·경 (민주당) 의원 기자회견 후 오후에 부·울·경 여야 위원장 6명 회동을 (하태경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 정치’도 내로남불
아직 국제 심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10년 뒤 엑스포를 들먹이며 예외 없는 속도전을 펴는 것 역시 정치적 필요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날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정부와 국회, 지역사회와 신속하게 협의해, 후속 조치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정의당 창원지역위원장을 맡은 경남 출신의 여영국 전 의원은 “밀양, 김해공항, 가덕도 3곳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곳이 가덕도”라며 “눈앞의 선거에 눈이 멀어 (중략) 묵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국책농단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정권이 김해신공항으로 결정한 건 선거전략이었다”(김두관), “4년 전 정치적 결정은 엉터리였다”(김영춘)는 말만 나왔다.
심새롬·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