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 위주의 식사와 운동 부족 등 비만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침착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10년 후 우리나라 남성 5명 중 2명에 달할 만큼 급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 박혜순(가정의학과)·강서영(국제진료센터) 교수팀은 1998~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4만여 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복부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는 과거 간염·간경변증 등 간 질환을 앓은 적이 없고 1회 알코올 섭취량이 30g 이하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남성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98년 19.7%에서 2017년 30.7%로 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2.9에서 24.5로 증가했고, 평균 허리둘레 역시 81.9㎝에서 86.1㎝로 4㎝ 이상 늘었다.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 허리둘레가 90㎝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간주하는데, 이에 따른 비만 및 복부비만 남성 비율은 지난 19년 새 각각 17.5%포인트(22.3%→39.8%), 15.4%포인트(17.8%→33.2%) 늘었다.
10년 뒤엔 남성 5명 중 2명 걸릴 수도
이런 변화는 특히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방 섭취가 하루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30% 이상인 남성의 비율은 19년 전보다 두 배 정도 많아졌고, 신체 활동량이 부족한 남성의 비율도 현저히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진행해 심한 경우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 박혜순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만 쌓이고 간 손상은 없는 경미한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간세포가 손상되는 간염과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 악성 종양인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고 식사도 고열량의 간편식으로 간단히 해결해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비만 예방을 위해 섬유질이 풍부하면서 지방 및 단순당 함유량은 적은 채소와 단백질이 많은 생선 등을 가까이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