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는 의견서에서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국내 법제에 영미법 제도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전면 도입할 경우 발생할 법체계 간 충돌과 제도 혼용의 문제점에 대한 입법 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특히 집단소송 법안에 대해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면서, 미국에는 없는 원고 측 입증책임 경감을 추가했다”며 “이는 민사소송의 입증책임 분배 원리에 맞지 않고 세계적 유례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입증책임이란 소송을 낸 쪽(원고)에게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근거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에서 원고의 입증 책임을 덜 묻는 소송은 환경오염피해와 같은 특수 사안에 해당한다. 이에 상의는 “민사상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에 입증 책임 경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집단소송법안 중 기업 영업비밀을 예외 없이 제출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대한상의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영업비밀 제출 의무는 특허침해 소송과 같은 특수 사안에만 부과하는 것이지 일반 손해배상책임을 다투는 집단소송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배상제가 함께 도입되면 기획소송, 연쇄 도산 등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소(濫訴)방지 규정 삭제 등 소송요건 완화 장치에 대한 우려다.
대한상의는 의견서에서 “현재 코카콜라 등 미국도 기업의 준법 경영 노력과 무관하게 집단 소송 건수가 급증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절한 남소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들의 공감성ㆍ수용성,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도록 입법 영향평가를 비롯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