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최초의 한국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로부터 열 달째, 세상은 너무나 변했습니다. 사회 모든 부문이 위기라지만, 여행업이 입은 피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합니다. 중앙일보는 3회에 걸쳐 사경을 헤매는 여행업을 진단하고 코로나 시대 여행법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알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행도 달라져야 합니다.
1회 - 최악의 위기, 초토화된 여행업
2회 - 오락가락 관광 정책
3회 -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1회 - 최악의 위기, 초토화된 여행업
2회 - 오락가락 관광 정책
3회 -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견여행사 ‘트레블마케팅서비스’ 김용동(55) 대표의 토로다. 김 대표는 “대형 여행사 몇 군데 빼면 똑같은 처지”라며 “지금 택배나 대리기사 하는 사람 중에 여행사 사장이 수두룩할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 사태 10개월째. 여행업계는 초토화 수준을 넘어 ‘업종’ 자체가 없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최악의 위기’ 같은 표현도 이젠 식상하다. 여행업계의 참혹한 실상을 들여다봤다.
여행업계 무너지다
여행사는 서비스업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한 재산이고, 인건비가 제일 큰 경비다. 코로나 시대 여행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가장 심각한 부담이 됐다. 정부가 나섰다. 3월 16일 여행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유급 휴직·휴업 수당의 90%(상한액 1일 7만원)를 감당하기로 했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으며, 임금의 나머지 10%는 여행사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7월 말 기준, 전체 여행사의 42.5%가 이 지원금으로 직원의 토막 난 월급을 메웠다.
여름이 됐다. 기대와 달리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8월 21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을 180일에서 240일로 60일 늘렸다. 사업 기한도 2021년 3월 31일로 연장했다. 원래는 9월 15일 끝날 예정이었다. 파국은 이로써 몇 달 유예됐다.
망하는 수순
6월 하나투어가 창사 이후 최초로 무급 휴직을 시행했다. IMF 외환위기에도, 사스와 메르스 사태에도 하나투어는 건재했었다. 지금은 전체 인력의 10%만 출근하고 있다.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대형 여행사도 무급휴직을 도입했다.
올 초 직원 수 약 100명이었던 자유투어의 현재 고용인원은 25명이다(고용정보사이트 ‘크레딧잡’). 그런데 서울 중구의 사무실은 지난달 철수했다. 사실상 휴업 상태다. 롯데JTB, 한진관광 같은 대기업 계열 여행사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중이다. 직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한다. 중앙일보가 주요 여행사 열 곳을 일일이 확인했는데, 성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여행사 100개 중 4개만 망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정부가 여행사 폐업을 막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여행사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었다. 그렇다고 고용유지지원금이 ‘매출 제로’까진 막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정부 긴급융자가 역할을 했다. 여행사가 앞다퉈 문체부와 자치단체에서 마련한 긴급융자를 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과 긴급융자. 정부가 여행업에 씌운 두 대의 산소호흡기다.
알아둘 게 있다. 정부 융자는 고용유지지원금처럼 무상지원이 아니다. 시중은행보다 이자가 적고 조건이 유리한 빚일 뿐이다. 이 빚을 앉고 있으면 여행사를 접고 싶어도 못 접는다. 한국여행업협회 구정환 과장은 “관광진흥기금으로 특별 융자를 받았다면 원금을 상환해야 폐업할 수 있다”며 “정부가 기존 융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대 여행사 생존률 96%의 비결이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