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만 약 28만 명이 나오는 등 확산세가 점차 심각해지자 영국과 프랑스는 2차 봉쇄에 들어가는 등 유럽 전역이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한스 클루게 유럽국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럽 보건장관들과의 긴급회의에서 “지난 7일간 유럽대륙에서 약 150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유럽 대륙의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이 넘었다”며 “유럽은 다시 한번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됐다”고 우려했다.
WHO "유럽, 다시 코로나19 진원지 됐다"
재확산에 유럽 각국 2차 봉쇄 돌입
이처럼 유럽 내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3월처럼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이 52개 유럽 국가 중 35개국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 코로나19로 입원해 치료를 받는 환자는 1주일 만에 10만 명 밑에서 약 13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체코, 루마니아 벨기에 등 최소 14개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원환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클루게 국장은 “지난 3월 우리는 중환자실, 호흡기, 개인 보호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의료 현장의 인력 문제가 우려된다”며 “우리 의료진들은 모두 지쳐가고 있고, 의료 노동력은 고갈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봉쇄 돌입
식당과 술집을 비롯한 ‘비필수적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고, 모든 직장은 가능하다면 재택근무를 시행해야 한다. 생필품 구매, 출근, 의료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엔 외출이 가능하지만, 외출 시엔 이동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이 넘은 영국은 오는 5일부터 4주간 잉글랜드 전역에 봉쇄 조처를 내렸다.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 봉쇄령이다. 이로써 오는 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잉글랜드 전역의 술집, 식당, 체육 시설 등 비필수 사업장의 영업이 중단된다. 다만, 1차 봉쇄와 달리 학교와 대학 등은 문을 연다.
지난달 30일과 31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 이틀 연속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이탈리아도 지난달 26일부터 음식점과 술집의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수영장·체육관 등을 폐쇄하는 부분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전면적인 봉쇄령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유럽에서 100만 명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 벨기에도 오는 2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하는 부분 봉쇄에 들어간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