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생고기 그냥 넣어 옆구리가 잘 터지는 영국 소시지

중앙일보

입력 2020.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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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37)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단풍구경이 한창인 요즘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따뜻한 바비큐 요리를 즐기는 캠핑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캠핑하면 바비큐 요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소시지 맛이 일품이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소시지는 원래 상등 육을 얻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정육 이외의 먹을 수 있는 고기의 골·혀·귀·염통·콩팥·코·창자·피 등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들게 된 제품으로, 오래전부터 있었던 고기의 가공품이었다.
 
소시지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BC 9세기에 쓰인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 병사들이 고기 반죽을 만들어 창자에 채운 것을 먹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소시지는 점차 대중적으로 소비되었지만 일반 서민이 먹기에는 사치로 여겨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십자군 전쟁에 출정한 병사들을 통해 보석이나 직물과 함께 소시지가 각 나라에 전파돼 지금은 흔히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고기 가공품으로 일반화했다고 한다.

 

세계의 다양한 소시지

북아프리카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는 붉은색의 매운맛을 내는 메르퀴즈(Merguez)라는 소시지를 즐겨 먹는다. 양고기와 소고기를 섞고 파프리카, 고추 등의 향신료를 사용해 붉고 매운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 내장으로 소시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남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소고기에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조금 추가해 보래 월스(Boerewors)라는 소시지를 만들어 먹는다. 조미료로 고수나 식초 등을 사용해 특유의 향과 새콤한 맛이 나는 특징이 있다.


중국

중국의 홍장은 하얼빈 일대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소시지이다. [사진 pixabay]

 
중국의 홍장(红肠)은 하얼빈 일대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소시지이다. 1909년 하얼빈 일대에 러시아 소시지 공장이 세워진 후 하얼빈식으로 변형됐고, 이후 중국 북부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남부에서 페퍼로니와 같은 건조과정을 거친 라창이라는 전통적인 소시지를 즐겨 먹는다. 건조되면서 짠맛이 증가해 페퍼로니보다도 더 짠 게 특징이다.
 
영국·아일랜드

컴벌랜드 소시지라 불리는 가늘고 매우 긴 형태의 소시지와 스코틀랜드에서는 해기스라 불리는 순대와 유사한 소시지가 영국의 대표적인 소시지이다.[사진 pxhere]

 
영국이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전비를 많이 소비해 경제가 좋지 않게 되자 소시지에서도 고기보다 수분 함량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런 소시지를 기름에 구울 때 자칫하여 터져버리는 경우가 빈번하였는데 ‘터진다’는 의태어인 ‘뱅(Bang)’에 ‘er’가 더해져 영국에서는 소시지를 ‘뱅어(Banger)’라고 부른다.
 
영국 소시지도 대부분 쉽게 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영국의 소시지가 생고기를 바로 갈아 향신료와 섞어 케이싱에 집어넣는 것으로 끝내며, 쪄내거나 훈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국의 소시지를 조리할 때는 반드시 구워내는 것이 좋으며, 잘 굴려 가면서 균일하게 구워야 터지지 않는다.
 
컴벌랜드 소시지(Cumberland Sausage)라 불리는 가늘고 매우 긴 형태의 소시지와 스코틀랜드에서는 해기스라 불리는 순대와 유사한 소시지가 영국의 대표적인 소시지이다. 해기스소시지는 양과 송아지의 내장과 오트밀, 향신료를 섞어 양과 송아지 위장에 채워 넣어 삶아 만든다.


프랑스·벨기에
앙두이(Andouille)는 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의 향신료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낸 프랑스식 소시지이다. 프랑스 이민자를 통해 미국의 루이지애나에 전해지고, 이후 케이준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루이지애나의 볶음밥 요리인 ‘잠발라야’에 앙두이 소시지를 주로 사용한다.


독일
개인적으로 친오빠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있어서 독일에서 2주간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독일의 대표 음식이 소시지와 맥주로 알려져 다양한 소시지를 먹어봤는데, 어떤 소시지는 너무 간이 짜고 어떤 소시지는 이상한 향이 나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독일 사람이 즐겨 먹는 소시지는 종류만으로도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중에 입맛에 맞는 소시지를 고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로는 브랏부어스트(Bratwurst)가 있는데 돼지고기를 갈아서 모양을 만든 후 구워 판매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고 있는 비엔나소시지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유래했지만, 실제 빈의 특산물인 소시지는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에 길이가 15~20㎝ 형태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훈제시켜 만든 소시지이다. 이외에 돼지, 거위 피를 첨가한 블룻부어스트(Blutwurst), 슈바츠부어스트(Schwarzwurt) 등이 있다.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방으로 내려가면 이 지역만의 독특한 하얀색의 전통 소시지인 바이쓰부어스트(Weisswurst)가 있다. 송아지 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서 굽지 않고 삶아 매우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 
 
독일 베를린의 길거리 간식으로 또 유명한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소시지는 케첩과 더불어 카레 가루가 뿌려진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 스프레드처럼 발라먹는 소시지로 브라운슈바이져(Braunschweiger)라는 돼지 간으로 만든 소시지가 있다.
 
이탈리아

살라미는 반건조 소시지의 일종으로, 마늘이 첨가되어 있다. [사진 pikist]

 
이탈리아의 소시지로 대표적인 것은 살라미, 페퍼로니, 볼로냐 등이 있다. 살라미(Salami)는 반건조 소시지의 일종으로, 마늘이 첨가되어 있다. 보통 얇게 썰어 샌드위치나 피자 등에 올려 먹고 페퍼로니(Pepperoni)도 반건조 소시지의 일종으로, 짭짤하고 매콤한 맛이 특징이며 피자 토핑에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볼로냐(Bologna)는 매우 굵게 만들어 훈제한 소시지로, 얇게 져며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로 즐겨 먹는다.


폴란드
폴란드에서는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킬바사(Kiełbasa)라는 소시지가 있다. 킬바사는 폴란드식 훈제 소시지로, 풍부한 육즙과 씹을 때 나는 특유의 뽀드득 소리 덕분에 인기가 좋다. 폴란드에서 모든 종류의 소시지를 뜻하는 단어로 킬바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바노지(Kabanosy) 소시지는 중장기 보관이 가능한 건조 소시지의 일종으로 두께가 얇고(지름 1㎝ 이하) 길이가 엄청나게 긴(60㎝ 이상) 소시지다. 이 소시지는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는 소시지라 밖에 등산가는 사람이나 나들이 가는 사람이 많이 들고 가는 간식거리용의 소시지다. 오래 보존할 수 있고 긴 형태라 옛날 말 타는 전사가 이 소시지를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녔다고 한다.


스위스
세르블라(Cervelat)는 훈제 소시지의 일종으로 일반 살라미 소시지보다 지방이나 식육 입자가 미세한 스모크 살라미 소시지를 훈연시켜 만든다. 세르블라는 곱게 분쇄한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여러 가지 향신료와 마늘, 머스터드 등을 섞어 만든다. 절임, 건조, 훈제 과정을 거쳐서 만들기 때문에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스페인
돼지고기 부속 부분을 잘게 다져서 각종 향신료인 마늘, 소금, 후추, 허브, 칠리가루 등을 넣어 매콤하게 만든 건조 소시지나 훈제 소시지를 초리조(Chorizo)라고 부른다. 스페인에서는 구워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섞어서 먹기도 하고, 빵 위에 얹어 먹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북아메리카

브렉퍼스트 소시지 또는 컨트리 소시지는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생돼지고기 소시지이다. [사진 pixabay]

 
브렉퍼스트 소시지(Breakfast sausage) 또는 컨트리 소시지(Country sausage)는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생돼지고기 소시지이다. 아침에 주로 핫케이크와 소시지, 계란 오믈렛 등을 즐겨 먹는다. 이 소시지는 아침 식사에서 흔히 나오는 메뉴로 농가에서 돼지고기의 남은 부산물 등을 이용해 가공품으로 즐기기 때문에 농부가 저렴한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고단백 식사로 이용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다진 고기로 패티 형태의 컨트리소시지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청명한 가을날 오색찬란한 단풍잎 사이로 반짝이는 별빛과 함께 모닥불 위에서 세계의 다양한 소시지를 구워 먹으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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