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맞지 말라고 해야 하나” 불안 확산
특히 60~80대 고령층 사망이 잇따르자 자식들의 염려가 크다. 한 여성은 “예방 차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아 맞지 말라고 해야겠다”고 썼다. 또 다른 여성은 “부모님이 내일 독감 주사 맞는다고 하시는데 맞지 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60대 후반인데 맞아도 걱정, 안 맞아도 걱정이다. 고민 된다”고 썼다.
독감 접종 후 사망 사례 전국서 7건으로 늘어
불안감 확산…"인과 관계 따져봐야, 고위험군 제때 접종" 권고
“백신, 사망 원인 됐을 가능성 낮아” 중론
전문가들은 그러나 과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검도 해야 하고 의무 기록도 봐야 하고 접종 이후의 상황은 살펴야 한다”면서도 “인플루엔자 백신은 굉장히 오래된 백신으로 매년 다수에게 써왔다. 단기간에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에게 오랜 기간 백신을 써왔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백신이 사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여러 가능성은 열어두고 조사는 해야 하겠지만, 환자에게서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뇌경색 등의 질병이 진행되는 중이었을 수도 있다”며 “아침에 빵을 먹고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사고의 원인이 빵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데에 엄격한 기준이 있다. 조사한 자료를 놓고 여러 전문가가 같이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고나 사망이라고 단정 짓는 건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건강 상 이벤트는 늘 생길 수 있다”며 “하필 접종 이후에 발생하면 아무래도 접종과 연관 짓게 되지만 반드시 꼭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20일 저녁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백신과 사망의 원인이 연관됐을 가능성은 정말 극히 매우 낮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령이 높거나 여러 가지 만성적인 장기 질환, 면역저하 질환을 가진 분들이 접종 과정에서 심각한 질환이 발생해 사망하게 되면 백신과 연관성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10대 사망 건과 관련해서도 “부검 결과를 봐야 되겠지만 10대의 돌연사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고위험군, 위험보다 이득이 커”
김탁 교수도 “예방 접종 후 부작용에 따른 피해보다 주사를 맞아서 얻게 되는 이득이 훨씬 크다”며 “맞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더더군다나 고위험군 환자는 오히려 독감에 걸려 사망할 확률이 예방 접종 때문에 사망할 확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더 낮은 위험을 위해 더 큰 피해를 감수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연관성은 조사해야 겠지만,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예방접종 정책이 바뀔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보건당국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20일 기자단 질의 답변서를 통해 “백신 접종 후 사망까지 시간, 동일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사례 중 중증 이상 반응이 없었던 점, 현재까지 확인된 부검 진행 중 받은 구두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인플루엔자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근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사망 사례와 독감 예방 접종의 인과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질병청은 특히 인천 고교생 사망과 관련해, “같은 병원에서 동일한 날,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접종 한 사람은 총 32명”이라며 “보건소를 통해 이들에게 연락해보니 모두 이상 반응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 접종 건이 20일 오후 1시 기준 8만여건인데 이상 반응은 3건으로 알레르기 2건, 접종 부위 통증 1건 등이라고 발표했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