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군살 빼면 코로나19 감히 못 와요…집밥·운동이 비만 예방 도와줘요

중앙일보

입력 2020.10.1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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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찐자’ 탈출하기 ① 코로나19와 비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비만이다. ‘확찐자’가 급증하면서 연초 세운 다이어트 계획이 물거품 된 사람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하려 야외 활동을 줄이다 찾아온 비만이지만, 비만 자체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은 코로나19 시대에 비만을 막아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2회에 걸쳐 살핀다. 첫 번째로 코로나19와 비만의 불편한 관계와 비만 예방법을 알아본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살찐 사람이 얼마나 늘었을까.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팀은 최근 4년간 이곳 진료과를 내원한 환자 1623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체중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지난겨울(지난해 12월~올해 2월) 이들의 평균 체중은 66.3㎏이었는데, 봄(3~5월)이 되면서 67.2㎏으로 1㎏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2017~2019년 같은 기간, 겨울보다 봄에 체중이 오히려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지난해 이들의 평균 체중은 67.4㎏에서 67.1㎏으로 0.3㎏ 줄었다. 임수 교수는 “보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신체 활동량이 증가해 체중이 줄어드는데, 올해 예외인 이유는 전 국민의 신체 활동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체중이 줄어들 시기에 오히려 늘어난 것만 봐도 올해는 정상 체중에서 비만·과체중으로 옮겨온 사람이 급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방세포 많을수록 코로나19에 취약   

비만은 단순히 외형상 문제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등 합병증을 데려온다. 비만을 예방·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엔 그 이유가 하나 추가됐다.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것’이란 가설이 통계로 입증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최근 코로나19 관련 연구보고서 1733건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비만 환자(BMI 30 이상)는 정상 체중의 환자보다 코로나19 집중 치료율이 74%,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48% 더 높았다. 지난 1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만·과체중인 사람이 정상인보다 코로나19로 입원할 확률이 각각 2배, 1.3배 높다고 발표했다.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중국 원저우시의 병원 세 곳에서 코로나19 초기 환자 2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지방간이 있거나 뚱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도가 6배 높았다. 또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병원 세 곳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BMI 35 이상의 중등도 비만 환자가 중환자실에 더 오래 입원했다.
 
비만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는 뭘까.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는 “지방세포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터루킨-6)을 분비하는데, 비만 환자처럼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이러한 물질의 과다 분비를 유발해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의 중증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에서 분비되는 ‘스파이크 단백질’도 비만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체내 심장·혈관·폐·뇌 등의 세포에 달라붙어 침투하며 감염시키는데, 비만일수록 그 결합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비만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고칼로리 음식은 식욕 불러 과식 초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면 ‘코로나 비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월 전국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생활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생활로 ‘배달음식 주문 빈도 증가’(22%), ‘체중 증가’(12.5%), ‘운동량 감소’(11.4%) 등이 꼽혔다. 임 교수는 “배달음식엔 기름지고 자극적인 메뉴가 많은데, 이는 칼로리가 높은 데다 식욕을 당겨 결국 고칼로리 음식을 과식하기 쉽게 한다”고 지적했다. 집에서는 가급적 직접 요리해 먹되 설탕·식용유 사용을 줄이고 설탕 대신 파인애플·배·키위나 볶은 양파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배달음식을 시킬 땐 담백한 메뉴 위주로 고르고 국물 음식은 건더기만 골라 먹도록 한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권장된다. 유산소 운동은 숨이 약간 찰 정도로 하루 30분 이상 채운다. 하지만 요즘처럼 장시간 바깥에 머물기 부담스러울 땐 10분씩 세 번에 나눠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근력 운동은 근육의 효과적인 생성을 위해 부위별 48시간의 휴식을 지키며 주 2회 이상 실시한다. 방역을 고려해 실내용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스쿼트, 아령 들기 등이 추천된다. 
 
어린이의 경우 식습관을 개선하되 운동에 ‘재미’ 요소가 빠져선 안 된다. 가족과 함께 놀이하듯 운동하면 효과적이다. 서로 양손을 잡고 앉았다 일어나기, 한 손 잡고 바깥쪽 다리 들기, 누워서 발바닥을 맞대고 자전거 타듯 움직이기 등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건강관리 및 면역력 증진을 위해 지난 8월 코로나19 건강생활 수칙을 발표한 바 있다. 건강생활 수칙을 일상생활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 콘텐트를 마련 중이며, 건강생활 실천과 관련한 영상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사이트 내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