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출시해 7세대를 맞은 5시리즈는 BMW의 대표 세단이자,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출시 이후 4년간 7만7000대가 팔려 전 세계 판매 1위에 올랐다. 물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른 나라 자동차 판매가 저조했던 탓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 잘 팔리는 차다.
[타봤습니다]
'성형수술 잘했네' 확 달라진 얼굴
전면부 디자인은 훌륭하다. 부분변경 이전에도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었지만, 더 세련된 모습이다. 과거 ‘엔젤 아이(Angel’s Eye)’ ‘코로나 링(Corona Ring)’ 등으로 불렸던 4개의 원형 램프는 흔적만 남았다. 대신 L자형 주간주행등을 달아 미래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BMW의 전통을 좋아하던 올드팬들에겐 아쉽겠지만,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인 것도 맞다.
고유의 키드니(콩팥 모양) 그릴은 앞서 부분 변경과 모델 변경을 한 3시리즈나 7시리즈만큼 커졌다. 두 개로 나뉘었던 모양도 하나로 합쳐졌다. 신형 4시리즈처럼 과하게 커지진 않아서 보기에 좋다. 540i에는 레이저 라이트라고 부르는 신형 램프가 달렸다. 파란색 포인트를 줘서 예쁘지만, 하위 트림에선 선택할 수 없다. 공기 흡입구와 범퍼 디자인도 더 공격적이다.
측면부는 거의 변화가 없다. 부분변경 이전과 같은 플랫폼이어서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는 동일한데 길이는 27㎜, 폭과 높이는 각각 10㎜, 25㎜씩 늘어났다. 뒷면도 큰 변화는 없지만, 리어램프의 모양이 달라졌다. 굵은 L자형 면발광램프와 검은 배경의 입체적인 조합으로 바뀌었다. 방향 지시등도 하단에 수평선 형태도 자리 잡았다. 전면부는 확실히 좋아졌는데 후면부는 잘 모르겠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하다.
커진 디스플레이, 늘어난 기능
이전에는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며 일정 속도로 달리는 기능) 버튼과 차로유지보조 버튼이 따로 있었는데 이번에 합쳤다. 트렌드에 맞는 변화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버튼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었다. 거리를 늘리고, 줄이는 버튼이다.
계기반(클러스터)은 더 화려해졌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라 부르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라는 그래픽을 더했다. 말이 복잡하지만, 계기반 중앙에 자신의 차량과 주변 차량, 차로 등을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오토바이와 트럭, 보행자까지 구분한다.
부분변경 이전 모델에서 ‘혜자급 옵션(기본 옵션을 풍부하게 넣어줬다는 뜻)’으로 불렸지만 부분변경에선 몇 가지가 빠져서 예비 고객들의 불만도 있다. 대시보드의 가죽 감싸개를 진짜 가죽 대신 인조 가죽으로 바꾸고, 1억원에 육박하는 540i 이상에서만 ‘서라운드 뷰’(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여줘 주차 편의를 돕는 것) 기능과 소프트 클로징(차문을 완전히 닫지 않아도 자동으로 닫히는 기능) 기능을 넣은 점이다.
하지만 520i 등 주력 트림의 기본 출고가를 낮춘 데다, 신차임에도 딜러 별로 제법 할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옵션질’이 심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반자율주행 기능만 해도 이전보다 훨씬 비싼 장비가 들어갔다.
달리기 성능은 명불 허전
6기통 모델을 시승했지만 4기통 모델도 주행 성능은 결코 모자람이 없다. 올해부턴 가솔린 엔진 모델이 한국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데, 모듈러 엔진(같은 설계로 실린더 수를 바꿔 여러 엔진 라인업을 만드는 방식)인 B48 가솔린 엔진은 회전 질감, 저속 토크, 연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523d 모델에는 저용량 배터리와 모터를 더해 출발과 재가속을 돕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아 연비는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였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부분변경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전엔 스테레오 카메라(전면 유리창 위 2개 카메라)를 갖추고도 차선 인식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면, 전면에 3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부분변경 5시리즈와 6시리즈는 신뢰도 높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보여준다.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로 차로와 주변 차량의 움직임도 보여주는데, 테슬라보다는 인식률이 떨어진다. 제네시스 G80에도 달린 자동 차선변경 기능이 빠진 점도 아쉽다. BMW SUV 일부 모델에 이미 적용했는데, 주력 판매 모델에 빠진 점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등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BMW의 명성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
신기술 적용은 부족, 더 분발해야
부분변경 이전보단 기본 옵션이 좀 빠지긴 했지만, 더 비싸고 성능 좋은 편의 장비와 옵션이 더해진 점을 생각하면 종합적인 상품성은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 중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달 중순 나오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과 한국 수입차 왕좌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한다. 결국 가격과 옵션 등 상품 구성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중형 세단인 E세그먼트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풍부한 편의 장비와 넓은 공간을 갖춘 제네시스 G80이 버티고 있고, 아우디 A6나 볼보 S90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자존심을 버리고 ‘풀 체인지급’ 디자인 변화까지 준 5시리즈는 종합적인 상품성과 특유의 달리기 성능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 연말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경기도 광주=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