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리 주치의는 4일(현지시간) 월터리드 군병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 뒤 두 차례 혈중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져 의료진이 산소를 공급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치료받던 지난 2일 오전 고열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자 추가 산소를 공급했고, 3일 다시 산소포화도가 93% 아래로 떨어져 같은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산소포화도는 정상 범위를 95~100%로 보는데, 코로나19 환자 산소포화도가 94% 아래로 떨어지면 중증으로 여긴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콘리 주치의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산소 공급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주치의 “2회 산소 공급” 뒤늦게 시인
폐 손상엔 자세한 언급 안 해 혼선
산소호흡기 환자에게 쓰는 약 투약
NYT “트럼프가 치료법 결정 의심”
덱사메타손은 면역체계 과잉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만 투여할 것을 권고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기계식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나 추가 산소가 필요한 환자에게만 투약하도록 했다. 의료진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쓰는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막 시작했다면서도 다음 날 퇴원할 수 있다는 ‘처방 따로, 경과 설명 따로’식 언급을 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로첼 월렌스키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환자에게 덱사메타손을 사용한다고 하면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황이 점점 악화해 중환자실(ICU)로 가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고 NYT에 말했다.
참모들은 대통령 심기를 살피느라 거짓 또는 부실 답변을 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 상태가 위중했던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병의 진행에 관해 의료진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인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CNN은 “의사가 아니라 홍보맨이냐”고 비판했다.
이날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슴 X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영상 정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폐에 손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세한 언급을 피한 채 “예상했던 대로”라고만 언급했다. 응급의료 전문가인 리나 웬 박사는 CNN에 출연해 “가슴 X선이 정상이었으면 정상이라고 답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예상’되는 가슴 X선 결과는 폐렴인데, 폐렴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