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중 대결 소모품? 폼페이오가 안오자 왕이도 안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0.10.05 21:35

수정 2020.10.0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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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18년 5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을 취소한 데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10월 방한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왕이 외교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쿼드 회의에 이어 서울을 방문해 반중(反中) 전선 결집에 나서려고 하자 견제 차원으로 한·일 순방을 계획했다가 그의 방한이 취소되자 자신의 방한도 없던 일로 한 셈이다.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왕이 외교부장의 10월 방한이 취소됐느냐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왕이 부장의 방한은 확정된 적이 없었던 일이라 취소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한·중 양측은 고위급을 포함한 여러 레벨에서 대면 접촉을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첨부터 한반도 아닌 '미·중대결' 때문 방한 추진

외교부 관계자도 "현재 왕이 부장의 방한이 정해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10월 중순 한·일 순방은 일본 NHK 방송이 지난달 27일 "왕이 외교부장이 10월 방일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왕이 부장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6일 미·일·호주·인도 4개국 안보대화(쿼드) 외교장관 회의와 7~8일 방한 일정 직후인 이달 중순께 방한을 추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도쿄만 방문하고 7~8일 방한은 취소하면서 왕이 부장이 굳이 방한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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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나 왕이 외교부장의 맞방한은 양국 대결에 동맹을 결집하고 이를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라며 "처음부터 한반도 상황과는 관련성은 적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으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깜짝 회동과 같은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는 한국 일각의 희망 사항이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했다. 
 
결과적으로 미·중 외교 수장의 잇따른 방한 취소 사태로 한국 외교는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미·중 대결의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효식·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