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지난달 위태로운 남극 빙상(대륙빙하)의 사진과 함께 표지에 올린 제목이다. 지구 온난화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남극 빙상의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②찜통(Hothouse) 지구의 도래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제시된 온도 상승 목표치인 2도를 지키더라도 남극의 해빙 현상은 결국 평균 2.5m의 지구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전망이다. 온도가 2도까지 올랐다가 다시 떨어져도 결빙을 가로막는 자체 메커니즘 때문에 이전의 얼음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앤더스 레버만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은 “파리협정을 지키더라도 남극 해빙으로 인해 엄청난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고, 지키지 않는다면 더 재앙적인 양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래에 미국 뉴욕을 물에 잠기게 한 세대로 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지구가 불러온 기후재앙들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겨울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50년 만에 가장 따뜻했고, 여름에는 역대 가장 긴 장마를 겪었다. 제주도 산간에는 10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이후 슈퍼 태풍 3개가 연이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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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단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지구는 어느 순간 ‘찜통 지구(Hothouse Earth)’의 길로 들어선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가 온난화 수준을 넘어 미래에는 아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까지 온도·습도가 상승하는 지역이 폭넓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현재의 기록적인 폭염이 10년~20년 지나면 평년값이 될 것”이라며 “온도가 올라가면 증발하는 양이 많아지고 땅은 건조해지면서 폭염과 가뭄이 같이 오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고대 바이러스를 부활시킨다
부활한 바이러스로 신종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면역력이 전혀 없는 현대 인류에겐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능가하는 팬데믹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16년 여름, 러시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선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공기 중에 노출돼 병이 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동토층의 붕괴는 전 지구의 온난화를 더욱 가속하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멜니코프 동토연구소 연구부소장인 페도로프 알렉산더 니콜라이비치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는 지하에서부터 점점 녹아내리고 있다”며 “영구동토엔 지구 상에 있는 것보다 3~4배 이상 많은 탄소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동토층이 해빙하면서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1.5도 멈출 확률 살려야”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카드빚을 갚지 못하면 이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올해 온실가스 배출을 못 줄이면 내년에는 더 줄이기가 어려워진다”며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시행해 1.5도에서 멈출 수 있는 확률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이라는 두 난제는 동시에 접근해야 풀 수 있다”며 “기후변화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감염병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모니터링할 때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feeling@joongang.co.kr
1990년대 중반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의학 인류학자 메릴 싱어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신(syn-)’은 ‘함께’ 혹은 ‘동시에’ 뜻을 가진 접두사이고, ‘데믹(-demic)’은 유행병(epidemic)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