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우 등 천연기념물 가축 7종 ‘유전자 방주’ 구축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12:57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천연기념물 가축인 경산의 삽살개(제368호)와 제주흑우(제546호). [사진 문화재청]

 
진도의 진도개, 경산의 삽살개 등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각각 보호‧관리 되는 가축 품종이다. 이들은 서식지역의 풍토성‧역사성과 밀접 관계가 있어 함부로 이동해 사육할 수 없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악성질병에 휩싸일 경우 자칫 멸종할 수도 있단 얘기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 외에 이들의 유전자를 영구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진도개(천연기념물 제53호), 연산 화악리의 오계(제265호), 제주의 제주마(제347호), 삽살개(제368호). 제주흑돼지(제550호), 경주개 동경이(제540호), 제주흑우(제546호)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가축 7종의 유전자원을 경남 함양군(내륙)과 제주에 분산 보존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14일 문화재청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함양)와 제주도 축산진흥원과 손잡고 총 153마리로부터 채취‧동결한 2031점의 유전자원(정자)을 두 기관에 나눠서 보존했다고 밝혔다. 멸종 후에도 개체를 복원할 수 있게끔 유전자를 위한 ‘노아의 방주’를 만들었단 얘기다. 앞서 일부 식물에 대해 유전자원 복제와 보존이 이뤄진 바 있고 동물은 이번에 천연기념물 가축부터 이뤄졌다.

진도의 진도개(천연기념물 제53호). [사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가축인 제주흑돼지(제550호, 왼쪽)와 연산 화악리 오계(제265호). [사진 문화재청]

동결 유전자원이란 동물의 정자, 난자, 수정란, 체세포 등을 산 채로 얼려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에 담가 영구 보존 상태로 만든 것을 뜻한다. 이번에 보관한 것은 각 종의 정자로서 그간 연구 결과 복원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의 신용운 주무관은 “일반적으로 순종을 복원할 땐 해당 개체의 정자를 다른 품종의 난자와 결합시켜 생산한 잡종으로부터 가장 순종에 가까운 개체를 몇 대에 이어 재생산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동결된 정자의 생존율 등을 고려해 지속적인 채취, 점검, 교체도 이뤄질 예정이다.

멸종 방지 위해 총 153마리 유전자 채취
문화재청, 함양과 제주에 나눠 동결보존

문화재청은 14일 천연기념물 가축의 동결 유전자원을 생산해 경남 함양에 있는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와 제주도 축산진흥원에 각각 분산 보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남 함양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동결 보존고.[사진 문화재청]

현재 이들 가축 7종은 전체 개체 가운데 천연기념물을 지정해 일정 숫자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한다. 예컨대 진도의 진도개는 섬 안의 민간에서 사육 중인 개체까지 합치면 1만 마리가 넘지만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4000마리만 천연기념물로 지정관리 되고 있다. 오계(1000마리), 제주마(163마리), 경산의 삽살개(200마리), 제주흑돼지(250마리), 경주개 동경이(300마리), 제주흑우(175마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살아있는 동물도 분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연산 화악리 오계는 상주에서도 일부 분산 사육 중이다. 제주흑돼지도 최근 함양의 가축유전자원센터로 6마리 보내졌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다양한 최첨단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도입해 천연기념물의 멸실 방지를 하고 효과적인 유전자원의 영구보존을 위한 협조체계를 구축·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