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황희 비판 "386 부끄럽다…거대 권력이 병장 겁박"

중앙일보

입력 2020.09.13 21:04

수정 2020.09.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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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해당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3일 황 의원을 거론하며 실명 공개를 '권력에 의한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의원이 한 청년의 이름을 십여 번 부르면서 ‘범인’으로 규정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범세력을 규명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젊은이를 '국정농간세력'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386세대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고 고백하며 "학생 운동하던 시절 제 부모님 생각도 나고 스물일곱 먹은 제 딸 생각도 난다. 저 청년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이제 추미애 장관 개인의 스캔들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추 장관 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자료를 내놓기 전날 문제의 황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과 국방부 차관 등이 그 내용을 '당정협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면서다.


이어 원 지사는 "용기를 낸 예비역 병장을 거대 권력이 겁박하는 이유가 뭔가. 34년간 입었던 군복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외압의 실체를 폭로한 예비역 대령을 겁박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되물으며 "대검에서부터 동부지검까지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된 검찰 인사를 주물럭거린 이유는 뭔가. '당정협의'를 통해 면죄부를 생산해 낸 이유는 뭔가"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추 장관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을 망가뜨렸다. 국방부도 망가뜨렸다"며 "다음은 권익위, 그다음은 외교부 차례인가"라며 "권력기관을 잠시 잠깐 옥죌 수는 있을 것, 하지만 국민에게 재갈을 몰리려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3일 황희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최초 트리거(방아쇠)인 당직 사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등 비판했다. 황 의원의 실명공개 뒤 이에 대한 반발로 추 장관 아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이에 13일 추 장관이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오후 "저의 의도와 달리 현 병장을 범죄자 취급한 것처럼 비친 부적절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관 현 병장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