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구설수와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11일 중국 극장가에 출격하는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공안국에 대해 공개 감사를 표한 게 알려지면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미국에선 #보이콧뮬란 운동에 더해 디즈니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뮬란’ 엔드 크레딧에 관계자들을 나열하면서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고 적시했다. 신장위구르는 수년새 약 200만명의 위구르인들이 교화소에 강제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중국 본토 인권 탄압의 1번지로 꼽힌다. 투루판은 신장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의 동남쪽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다.
영화 엔드 크레딧에 "공안국에 감사" 언급
"인권 탄압하는 신장서 촬영은 범죄 공모"
11일 중국 개봉 앞두고 #보이콧뮬란 확산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뮬란은 왜 스캔들인가’를 기고한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 아이작 스톤 피시는 다른 많은 곳을 놔두고 뮬란을 신장자치구에서 촬영함으로써 “디즈니가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시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비판 받은 1946년 영화 ‘남부의 노래’ 이후로 “뮬란이 디즈니의 최대 문제작이 됐다”며 “신장 지역 촬영을 위해 디즈니가 (중국과) 부끄러운 타협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 아드리안 젠즈도 BBC에 “투루판 공안국은 신장 위구르족의 ‘교화’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자 국가 프로파간다를 홍보하는 곳”이라면서 디즈니를 “집단 수용소 그늘 뒤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국제 기업”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같은 반감은 여론전으로 확대돼 소셜미디어에선 뮬란 관람 거부를 촉구하는 #보이콧뮬란(#BoycottMulan)이 급증하고 있다. 9일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한 데이터트렌드 분석회사 SEMrush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보이콧뮬란을 포함한 트윗은 1만9236개에 달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 직후인 4일부터 이틀간 구글에선 #보이콧뮬란 검색 회수가 1900% 증가했다.
11일 중국 개봉을 앞둔 디즈니는 이같은 논란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작비 2억달러(약 2357억원)가 투입된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 여성 영웅 이야기를 그린 1998년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겼다. 유역비가 주연을 맡는 등 제작 때부터 ‘백인이 등장하지 않는 아시안 블록버스터’로 주목받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 또한 컸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리조트·테마마크 사업 등이 궁지에 몰린 디즈니로선 중국 극장 흥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뮬란’를 떠나서도 중국 시장은 디즈니에게 회심의 승부처다. 이를 대변하는 게 18년간 추진 끝에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 60억 달러(약 7조1400억원)의 건설비용이 들어간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두고 밥 아이거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은 “월트 디즈니 자신이 센트럴 플로리다(올랜도)에 땅을 산 이래 가장 큰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을 제치고 연내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를 중국 13억 인구를 디즈니팬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이다.
이같은 논란과 별개로 ‘뮬란’은 온‧오프 흥행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미국 분석회사 삼바TV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미국 112만가구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구독자라도 추가로 30달러 더 내야 하는 프리미어 시청인데도 디즈니가 최소 3350만 달러를 벌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대만·태국 등에선 극장 개봉을 통해 현재까지 6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다. 국내에선 17일 극장 개봉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