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中매출이 美보다 많다···'흥행 셈법' 머리 아픈 할리우드

중앙일보

입력 2020.09.08 15:47

업데이트 2020.09.08 16:29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블록버스터 '테넷'. 각각 디즈니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와 극장 개봉을 통해 지난 주말 북미 출시됐다. [AP=연합뉴스]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블록버스터 '테넷'. 각각 디즈니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와 극장 개봉을 통해 지난 주말 북미 출시됐다. [AP=연합뉴스]

북미 극장가가 세계 영화 흥행의 중심이란 것도 옛말이다. 코로나19로 미국 시장이 멈춰선 가운데 새 흥행 전략을 꺼내든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달라진 셈법에 고심하고 있다.

'테넷' 미국 제치고 해외 시장 공략
'뮬란' 디즈니+ 직행…흥행셈법 달라

지난 주말 세계 70여 개국으로 상영 지역을 확대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이 4일 개봉한 중국에서 하루 먼저 개봉한 북미보다 더 높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 이미 지난달 26일 한국‧영국‧프랑스 등 24개국에서 먼저 개봉한 데 이어서다.

코로나19로 흥행 엇갈린 중국과 미국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 첩보물 '테넷'. 한국에선 미국, 중국보다 빠른 지난달 26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 첩보물 '테넷'. 한국에선 미국, 중국보다 빠른 지난달 26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박스오피스 분석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6일까지 나흘간 북미 누적 매출은 2020만 달러(약 240억원). 이를 중국이 사흘만(3000만 달러)에 앞질렀다. 북미는 여전히 뉴욕‧LA‧시애틀‧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영화관이 봉쇄된 반면 중국은 사정이 나아서다. CNN은 지난 3일 “중국 내 약 1만개 영화관이 지난달 말부터 영업을 재개했다”면서 “박스오피스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현지 전문가 말을 인용했다.

‘테넷’은 팬데믹으로 미국 극장 문이 닫힌 3월 이래 처음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세계 최대 영화 시장 명함을 두고 중국이 북미 시장을 바짝 쫓아오긴 했지만, ‘테넷’ 같은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에서 북미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코로나19가 세계 영화 시장의 지형도 변화를 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통 강호 북미 시장을 아직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할리우드가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영화관 사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테넷’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비가 2억 달러로 알려진 ‘테넷’의 6일까지 누적 수입은 1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억4260만 달러에 이른다.

디즈니 대작 '뮬란', OTT 흥행 기준은?

'뮬란'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남자로 속이고 전쟁에 뛰어든 중국 실제 영웅 이야기가 토대다. 중화권 스타 유역비(가운데)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뮬란'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남자로 속이고 전쟁에 뛰어든 중국 실제 영웅 이야기가 토대다. 중화권 스타 유역비(가운데)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은 북미에서 아예 극장을 건너뛰고 4일 자사 온라인 플랫폼(OTT)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했다. 기존 월구독자도 별도 이용료로 30달러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여성 영웅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동명 애니메이션(1998)의 2억 달러 규모 실사판 리메이크로 기대를 모았다. 중화권 스타 유역비를 주연에 내세워 지난 3월 전 세계 개봉을 예고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차례 연기 끝에 OTT행을 결정했다. 단,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되지 않은 중국‧한국 등에선 극장에서 개봉한다.

앞서 4월 유니버설픽처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트롤 2)’가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했지만 ‘뮬란’ 같은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글로벌 극장 개봉을 포기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 만큼 흥행성과를 판단할 기준도 모호하다. 현지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7일 시장 조사업체 ‘센서 타워’의 잠정 집계치를 인용해 “‘뮬란’이 출시된 주말 동안 디즈니플러스 앱 다운로드 건수가 전주보다 68% 증가한 89만건에 달했다”면서 “앱을 통한 소비자 지출도 1200만 달러로, 193% 급증했다”고 전했지만, 이를 ‘뮬란’만의 흥행결과로 평가하긴 어렵다.

'뮬란' 화려한 볼거리vs오리엔탈리즘

'뮬란'에서 주연 유역비가 전쟁터 액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뮬란'에서 주연 유역비가 전쟁터 액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편, 한국에선 ‘테넷’에 이어 ‘뮬란’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언론시사회 없이 17일 바로 개봉하게 됐다. 앞서 주연 유역비가 홍콩시위에 대한 친중 발언을 하며 홍콩·태국·대만 등에선 영화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먼저 공개된 해외에선 평가도 엇갈린다. 비평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언론 및 평단 신선도는 원작(86%)보다 다소 낮은 77%, 관객 신선도는 54%로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각본상 문제점을 꼬집은 관람평이 많았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중국계 미국인 각본가가 참여한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번 작가진엔 아시아계가 없다는 게 이미 지적돼온 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뮬란은 중국 민족주의에 대한 혼란스럽고 피상적인 진술로, 중국 역사 미장센과 값싼 오리엔탈리즘이 뒤섞였다”면서 “가장 충격적인 점은 주인공의 결점을 벗겨내고 (원작에 없던) 초인적인 ‘힘’을 부여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氣)’로 알려진 중국 문화 요소를 재활용했다. 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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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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