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 삼성
7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한다. 계약 규모는 7조9000억원이며, 기간은 6월30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약 297조원 규모)이며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 중에서도 버라이즌은 가장 많은 1억8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현재 삼성과 노키아·에릭슨의 통신장비를 이용 중이다. 이번 계약은 일종의 추가 계약 개념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약의 구체적 내용은 버라이즌의 동의 없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1위 업체에 5년간 사상 최대 공급
이재용 ‘4대 미래사업’ 잇단 결실
베스트베리 CEO 만나 직접 영업
화웨이·노키아와 점유율 격차 줄여
통신장비 시장은 계약 규모가 크고 한번 계약을 하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장비를 뜯어내고 새로운 공급사 장비로 교체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에 장기적으로 5G 통신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앞서 2018년 미국 4대 통신사 중 버라이즌을 포함해 AT&T·스프린트 등 3개사와 이미 5G 공급계약을 한 상태다.
세계 1위 통신장비 회사인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주요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겐 기회 요인이다. 화웨이는 미국과 영국·일본·캐나다 등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35.7%를 1위를 지키고 있다. 에릭슨이 24.6%로 뒤를 이었고 노키아(15.8%)와 삼성전자(13.2%)가 3·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노키아와의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삼성이 이번 계약을 비롯해 5G 장비 시장에서의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으며,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5G를 인공지능(AI)·바이오·전장부품과 함께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을 선언한 바 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