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카피라이터
『사람사전』은 ‘집’을 이렇게 풀었다. 누군가에겐 집이 재즈이고 또 누군가에겐 헤비메탈이다. 그런데 코로나는 모두에게 집을 강요한다.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집에 콕 박혀 있어야 한다. 답답함을 호소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혜로워져야 한다. 자, 오늘부터 여행을 하는 거다. 여행이라니. 이 시국에 여행이라니. 하하, 팔 걷어붙일 것 없다. 집을 여행하자는 뜻이니까.
사람사전 9/2
내가 집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내 집에서 나랑 함께 산다. 거실엔 소파, 텔레비전, 리모컨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 베란다 화분이 어떤 꽃을 보듬고 있는지도 확인하자. 내 방 서랍도 여행하자. 그곳엔 오래전 넣어둔 지폐 몇 장이 주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집을 여행할 기회를 줬다. 가까운 곳일수록 소홀한, 가까운 사람일수록 무심한 우리에게 잠시 멈춰 생각할 기회를 줬다.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