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시행 첫날인 이날 서울 중심가의 식당과 술집 등은 매장 내 취식 금지 시작 시각인 오후 9시를 전후로 속속 장사를 접었다. 한식집 등 식사 위주의 식당은 해가 지면서 일찌감치 마감했고, 고깃집이나 횟집·이자카야·맥줏집 등도 ‘데드라인’이 임박하자 손님을 내보내고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간판 불빛으로 불야성이었을 번화가 골목들이 깜깜해질 정도였다.
정은경 “최후의 방어선까지 확산”
수도권 2.5단계 배수진 친 주말
식당·술집 밤 9시 매장 장사 접어
불야성이던 서울 번화가 골목 썰렁
확진자 5일 만에 300명 아래로
거리두기 강화로 일상 곳곳 변화
학생들, 프랜차이즈 카페 못 가자
소규모 개인 카페로 발길 옮겨
드라이브 스루 카페 80m 차 행렬
서울 중구의 한 순댓국집 사장 홍정복(60)씨는 “원래 오후 9시에서 오전 1시 사이의 매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며 “매출액이 줄어 아쉽지만, 많이들 동참해 최대한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기도 했다. 온종일 포장·배달 판매만 가능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결혼식 온라인 생중계, 축하는 댓글로 축의금은 계좌이체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180m 떨어진 파리바게뜨는 별천지였다. 4인석 테이블 10개 중 8개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가족·지인과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빵을 먹었다.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개인업무를 보는 이도 있었다. 제과점은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현장 취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무풍지대’인 비(非)프랜차이즈형 소규모 개인카페도 고객으로 북적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 카페는 낮 12시에 이미 12대를 수용할 수 있는 1층 주차장이 만차 상태였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중에서도 차 안에서 음료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매장은 현장 취식 금지 대상이 아니라 고객 발길이 이어졌다. 낮 12시30분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점포로 들어서는 차로에는 차량 14대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송파나루역 인근 매장에서도 고객이 몰리면서 차량이 70~80m나 줄을 서는 바람에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한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똑같이 빵과 커피를 파는데 우리는 안 되고, 제과점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역 강화로 50명 이상 규모의 현장 결혼식이 원천 봉쇄되면서 ‘온라인 결혼식’으로 방향을 선회한 부부도 늘고 있다. 예식을 한 차례 연기했던 신준하(37)·김지현(33) 부부는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오프라인 결혼식’을 포기하고 온라인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모바일 청첩장에 결혼식 영상 중계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해 지인들에게 보냈다.
29일 오후 2시30분부터 생중계된 이들의 결혼식을 90명에 가까운 ‘온라인 하객’이 지켜봤다. 신부 아버지가 직접 축가를 하자 “아버님의 축가가 너무 멋지네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신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혼식 문화가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22일 대만 여성과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모(33)씨도 온라인 생중계를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만에 있는 신부 부모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결혼식 중계를 하는 이준희 가빈컴퍼니 대표는 “‘온라인 하객’은 계좌번호를 링크 형태로 전달받아 축의금을 보낼 수 있고, 혼주 쪽에서는 하객이 입력한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용해 답례품을 보낼 수 있다”며 “지난 18일 하객 수 제한 조처 이후 300건이 넘는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환자는 하루 동안 299명 늘어 지난 25일(280명) 이후 닷새 만에 3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코로나19가 최후의 방어선이라 생각한 의료기관과 요양시설로까지 확산 중이며 역학조사 여력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코로나19를 다시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지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인 만큼 거리두기를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말했다.
정진호·채혜선·권혜림·백민정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