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구례시장 찾은 박영선에…"힘센 장관이 도와달라"

중앙일보

입력 2020.08.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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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 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전표도 홍수에 다 떠내려가서 보상받을 길이 없어요.”
 
최근 홍수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구례 5일 시장 상인들은 18일 이곳을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틀 전 찾아온 조명래 환경부 장관 앞에서 책상과 의자를 뒤엎으며 목소리를 높이던 상인들이었지만, 이날은 정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이 있는 구례읍엔 이달 7~8일 380㎜의 폭우가 내렸다. 이 때문에 섬진강 지류의 한 제방이 무너져 5일시장이 물에 잠겼다. 침수된 집만 1180여 가구에 이른다. 구례군 재산 피해액은 18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전체 피해액(4500억원)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구례 상인들이 1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피해 보상과 관련한 5일 시장 상인들의 최대 걱정은 사업자 등록증이다. 이곳 상인 157개 가게 중 15곳만 사업자등록을 해뒀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피해 상인들에게 최대 400만원씩 지원금을 준다는 계획이지만 등록증 문제에 막힌 상태다. 이날 박 장관과 함께 현장에 나온 김영록 전남지사는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인에 대해 지원금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한 게 문제”라며 “박 장관께서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영세 상인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지사는 상인들과 박 장관 앞에서“힘센 장관이 왔다. 여러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말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사업자 등록을 하면 소급 적용을 해 지원하는 묘안을 세웠다”며 “예전에 이곳에서 고추ㆍ쌀 같은 것을 팔았다는 전표를 내면 (지원 대상 상인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상인들의 피해액 신고를 도와줄 중기부 직원도 소개하며 “답답한 일이 있으면 이분들을 찾아서 연락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박정선 5일 시장 상인회장은 “장관 배려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런데 사소하지만,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홍수 때문에 전표까지 다 떠내려가거나 물에 젖었다”며 “전표로 ‘내가 5일 시장 상인이다’라고 증명할 수 있는 상인이 없다”고 털어놨다.

박영선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임대차 계약서로 증빙 대신을" 
설명이 이어지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상인도 있었다. 박 상인회장은 “우리 상인들의 임대차 계약서 같은 것으로 증빙을 대신해줄 수는 없느냐”며 “많은 상인이 전 재산을 잃은 그런 부분을 깊이 생각하셔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 밖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판매 지원 방안 등도 설명했다. 일부 상인들은 손뼉을 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곳에서 16㎞ 떨어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도 들러 피해 상인들의 요구 사항을 들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