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590조원 물어낼 판…얼굴인식 집단소송 걸린 인스타그램

중앙일보

입력 2020.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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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 지난 10일 미국에서 집단 소송을 당했다. 사용자 동의 없이 생체 인식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했다는 이유. 혐의가 인정되면 인스타그램은 1억명이 넘는 미국 사용자에게 최대 5000억 달러(592조원)를 물어내야 한다.
 

무슨 일이야?

미국 일리노이주의 켈리 월렌(Kelly walen)은 "인스타그램이 얼굴 인식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저장해 수익을 올렸다"며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법원에 10일 소송을 제기했다.
 
· 이번 소송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얼굴 자동인식 집단소송과 같은 맥락. 페이스북은 2010년부터 사진과 영상 속 얼굴을 자동 인식해 태그를 제공하다 2015년 소송을 당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6억 5000만 달러(8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  
· 페이스북 사건이 5년 만에 합의에 도달한 직후 자회사 인스타그램도 같은 이유로 집단 소송을 당했다.
 

페이스북의 안면인식. 페이스북은 태그 기능을 통해 개인 사진도용 등을 막아줄 수 있다고 언급한다.

소송 배경이 뭐야?

·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생체정보 보호법인 일리노이주의 생체정보 프라이버시 법(BIPA, 2008년 도입)이 배경.
· BIPA에 따르면 기업은 생체정보 수집 시 사용 목적과 보관 기간을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절차가 없었다면 위반 건당 1000~5000달러를 배상하게 된다.
· 비지니스인사이더는 "미국 인스타그램 사용자 1억 2000만명에게 배상이 이뤄질 경우 최대 5000억 달러(592조원)가 든다"고 분석했다.


나랑 무슨 상관?

페이스북에서 '내가 찍힌 사진'을 알려주는 '태그 알림'을 받아 본 적이 있다면 주목할 사안.
· 페이스북은 2011년 6월부터 얼굴 인식 태그 추천을 기본 설정으로 도입했다. 페이스북 가입 시 얼굴 인식을 통해 친구추천, 내가 포함된 사진 알람을 받을 수 있었다.
· 2015년 미국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법원은 2018년 집단소송을 승인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해 9월 얼굴 인식을 기본설정에서 제외했다. 현재는 사용자가 '얼굴 인식기능'을 켜야 얼굴 인식 및 태그 추천이 이뤄진다.
· 인스타그램은 얼굴 인식 태그 기능이 없지만 '데이터 정책'에 페이스북 맞춤화 및 개선을 위해 얼굴 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고지.
· 페이스북 재판을 맡은 제9 순회 항소법원은 "개인의 얼굴 템플릿이 만들어지게 되면 매일 사진을 올리는 수억 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스타그램이 홈페이지에 안내하는 데이터정책.

페이스북은 뭐래?

· 페이스북의 스테파니 오트웨이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인스타그램의 경우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소송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얼굴 자동인식 소송(2015) 재판에서 페이스북은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한다고 고지했고, 사용자의 선택권도 있었다"며 "실제 피해를 본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길 수 있을까?

·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소송은 소비자의 판정승. 페이스북은 관련 규정을 바꾸고, 합의금(인당 200~500달러)을 지불키로 했다. 
· 구글의 경우는 반대다. 구글포토의 생체 인식 정보 수집과 관련해 2016년 BIPA위반 소송을 당했지만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피해보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해 구글이 승소(2019년, 현재 항소심 진행 중). 인스타그램 소송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큰 그림 살펴보면.

기업의 생체정보 활용에 대한 소비자의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미국 흑인 인권 시위에서 안면 인식기술 사용 여부가 논란이 되며 규제 논의가 커지는 중. 향후 생체정보의 활용과 관련한 각국의 법안 정비 논의가 이뤄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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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안면 인식 데이터 기업 클리어뷰 AI는 사용자 동의 없이 구글·트위터·페이스북의 이미지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소송을 당했다. 캐나다·영국·호주도 클리어뷰 AI에 대한 조사를 시작.  
·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은 올해 초 BIPA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IBM의 '다이버시티 인 페이스' 데이터베이스에 얼굴 데이터가 동의 없이 등록됐고, 아마존·MS·알파벳의 얼굴 인식 시스템 테스트에 이 데이터가 사용됐다는 것. 그 밖에 스냅챗·구글·셔터플라이도 얼굴 인식 관련 BIPA 위반으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
· 미국에선 버니 샌더스(오하이오), 제프 머클리(오리건주) 상원의원은 BIPA법을 확대한 연방법을 제안하며 새로운 안면 인식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2019)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3년간 얼굴 인식 특허 건수 4위 국가(1위 미국, 2위 일본, 3위 중국)다. 데이터3법 발효(8월 5일)로 향후 기업의 개인 정보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라 생체인식정보 사용과 관련된 규제 논의가 커질 수 있다.
·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지문·홍채·안면 등 생체인식정보를 민감정보로 지정하고 개인의 동의 없이 원칙적 수집을 금지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 개인정보 통합감독 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하며 생체정보 등 개인정보 권리침해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할 전망.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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