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
과천뿐 아니다. 마포·용산·노원구 등 정부가 4일 발표한 공급대책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알짜 땅 또는 소중한 녹지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니, 결사반대다. 이를 누군가 또 비난한다. 공공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필요하다고 할 땐 언제고 내 지역구에는 안 된다고 하니 참 못됐구나.
정부가 펼친 싸움판이다.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온당하다. ‘임대주택=후지다’는 인식 탓이다. 30년 전 장기임대아파트를 처음 도입한 이래, 정부는 임대아파트의 양적 건설에만 집중했다. 10평대의 다닥다닥 좁은 아파트만 잔뜩 지었다. 가족 수가 많더라도 감지덕지 여기며 살아야 했다. 임대아파트 거주민의 삶의 질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모습. 중앙포토
세계 도시 중 삶의 질 1위로 늘 꼽히는 오스트리아 빈은 다르다. 인구 180만 명의 빈에서 사회주택에 사는 사람은 50만 명에 달한다. 공공에서 직접 사회주택을 짓거나, 민간에서 지을 때 건축비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대신 월세 상한선도 정하고, 주거 질도 평가한다. 이런 공공의 지원으로 빈에는 수영장을 갖춘 싸고 좋은 사회 주택이 지어진다. 땅의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만 높여주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한국 정부와 다르다. 역세권 청년주택과 빈의 사회주택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짓는 공공 주택이 민간에서 짓는 집보다 더 좋다면, 정부가 싸고 좋은 집을 공급하기 위해 애당초 노력했다면 도시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단언컨대 ‘천박한 서울’은 공공의 직무유기로 만들어졌다.
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