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유동성이 집값에 주는 영향도 크다. 그러나 나라 전체 재산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현상은 한국이 주요국보다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여 차례 규제를 쏟아냈지만,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투기 세력 탓’이란 주장은 경제학적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침체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지속하고 있는 데다,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 전환에 실패한 것을 부동산 쏠림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부동산 쏠림, 어느 정도?
배율 자체도 한국이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4.9배, 미국은 2.4배에 그친다. 한국(7.0배)은 경제 규모보다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이 특히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대차대조표는 한 국가가 보유한 전체 재산(국부·국민순자산)을 기록한 회계장부로 국제 기준(2008 SNA)에 따라 작성하기 때문에 국가 간 현황을 비교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폭등이 원래 집값이 비싼 일부 지역에 집중하면 국가의 부동산 자산 증가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효율성 하락, 왜?
일본·프랑스·캐나다도 하락 추세이긴 하지만, 하락 폭은 한국만큼 크진 않다. 성태윤 교수는 "국내 자본과 노동이 고부가가치 산업 쪽으로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생산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쏠림 완화하려면?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은 수익성을 찾아가는 속성이 있고, 산업보다 부동산 투자로 얻는 수익이 더 높으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새로운 기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 유인책으로 '뉴딜 펀드'를 꺼냈다. 세금을 지원해 원금이 보장되는 연 3%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일종의 '관제 펀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5일 오전에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부와 경제·금융 단체를 불러모아 한국거래소에서 간담회까지 했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 계층의 소득 보전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산업 자체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고민보다 세금으로 수익성을 보전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돈은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도쿄 집값이 급등했던 일본에서도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은퇴 이민 등이 늘어난 적이 있다"며 "현재 한국의 30~40대도 베트남 부동산, 해외 주식 투자까지 넘나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해외 자산 투자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해외 투자의 효과가 국내 소비 활성화로 선순환할지, 자산의 해외 이전만 가속하는 것으로 끝날지는 결국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혁신성 여부에 달렸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