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2일 오후 서울과 인천, 경기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충북과 충남, 강원과 경북 일부 지역에도 호우특보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2~3일 중부지방은 100~200㎜,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서, 충청 북부는 최대 300㎜의 많은 비가 내리겠고 5일까지 비가 계속 이어지면서 누적 강수량이 최대 500㎜가 넘는 지역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끝물 장마에 태풍이 수증기 공급
주말 폭우로 최소 15명 사망·실종
중부지방 모레까지 물폭탄 예고
일부 지역은 최대 500㎜ 내릴 듯
여기에 태풍이 몰고 온 수증기가 더해지면서 끝물 장마전선의 물폭탄을 부채질했다.
1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59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4호 태풍 ‘하구핏’이 그것이다. ‘하구핏’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채찍질’이란 뜻이다. 올여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첫 태풍인 하구핏은 2일 오후 3시 현재 중심 최대풍속 초속 19m, 중심기압 998h㎩, 강풍 반경 240㎞의 세력으로 대만 타이페이 남동쪽 해상에서 시속 17㎞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태풍은 중국 상하이 부근까지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4일 새벽 중국 남동해안에 상륙한 뒤 지면과의 마찰로 인해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5일까지 중부지방과 북한 지역을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되는 것에 더해 태풍 하구핏이 동반한 매우 많은 양의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추가 유입되면서 앞으로 내리는 비의 강도는 더욱 세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기상청, 태풍 영향 물폭탄 예측 못해 … “날씨 중계청이냐”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어진 데다 태풍의 영향이 겹쳤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맞부딪친 상태에서 이 사이에 끼인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오래 머무른 탓에 장마가 길어졌다. 여기에 태풍의 영향이 더해져 중부지방의 물폭탄을 만들어냈다. 2일 현재 40일째인 중부지방의 장마는 오는 10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지난 6월 한국형 기상예보모델 ‘KIM’을 실전 도입한 뒤 단순 강수 예측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세계 어느 모델도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지역 예보를 조금 더 빨리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부지방 대부분은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은 4일까지 낮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은 데다 습도까지 더해져 매우 무덥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고 내다봤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