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외교관 소환 “감봉” 해놓고…외교부 “징계 사유는 확인해 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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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고위 공무원 A씨가 2017년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현지인 남성 직원 B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정부가 적절히 처리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현지 언론 뉴스허브는 25일(현지시간) “B씨는 A씨가 컴퓨터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등의 핑계로 불러 갑자기 왼쪽 엉덩이를 꽉 쥐었고(squeeze), 가슴 등 주요 부위를 움켜 쥐었다(grab)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정부 제대로 조사했는지 불투명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서 망신살

뉴스허브는 “대사관 내부 자료”라며 A씨의 진술서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 서로 기억이 달라 논의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B씨가 그날따라 배가 좀 나온 것 같아 농담하며 그의 배를 두드린 것”이라며 “그의 가슴을 양 손으로 툭툭 친(knocking) 적은 있지만 움켜잡은 적은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A씨를 한국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감봉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게 성추행 가해에 따른 징계인지, 다른 사안 때문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워 현지 경찰 조사에 불응한 데 이어 해당 사안을 제대로 조사했는지 여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외교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면책특권은 뉴질랜드에서만 유효하다. 한국에 들어오면 형사 소추의 대상이 된다.


이 문제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전화 통화에서도 거론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9일 “뉴질랜드 총리가 자국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언급했고 대통령이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던 총리는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외교관에게든, 뉴질랜드 국민에게든 법은 법이다. 우리의 정의가 구현되도록 한국 정부에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기자회견)
 
한편 B씨는 이 사안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