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위스키도 종이 병…조니 워커 내년 출시

중앙일보

입력 2020.07.28 11:00

수정 2020.07.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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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78)

위스키는 유리병에 담겨 있다. 알코올 도수가 40% 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플라스틱이나 종이 병을 쓰면 병 성분이 위스키에 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는 자연 분해에 45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에 비해 친환경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리병을 만들려면 모래나 석회암 등을 용해해야 한다.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플라스틱보다 무겁기 때문에 운송에 더 많은 CO2를 써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유리병에 담겨있다. [사진 김대영]

 
맥주나 와인 등 비교적 도수가 낮은 술은 종이 병 제품이 판매됐다.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가 환경을 배려해 목재 섬유로 만든 ‘그린 화이버 보틀’이라든지 2013년 영국 ‘그린 보틀(GreenBottle)’사에서 만든 종이 와인 보틀, ‘페이퍼 보이(PAPER BOY)’ 등이다. 그리고 일본의 사케 브랜드는 종이로 만든 우유팩 형태의 용기를 쓰는 곳이 많다. 일본식 선술집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간바레 오또상’을 떠올려보자.
 
높은 알코올 도수의 위스키도 종이 용기에 담을 수 있을까?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 워커’가 그 해답을 내놨다. 디아지오 사는 2021년부터 조니워커 브랜드를 종이 병에 담아 판매한다고 영국 현지 시간으로 7월 14일 발표했다. 위스키를 담는 종이는 100% 재활용 가능하다. 보통 종이 병은 안쪽을 플라스틱으로 코팅하는데, 이 종이 병은 수지(樹脂)로 코팅한다. 이 수지 부분도 빈 병이 되면 분리 가능하다. 병뚜껑은 알루미늄을 쓴다.
 

2021년 출시될 조니 워커 종이 병. [사진 디아지오 코리아]

 
디아지오 사의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인 이안 앤드류 씨는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패키징의 범위를 넓히려고 노력해온 우리가 이 종이 병을 세계 처음으로 만드는데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 혁신적인 병은 200년 역사 동안 혁신을 이끌어온 브랜드, 조니 워커가 사용해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드디어 위스키도 친환경적인 포장 제품이 나오는 것이다.


 
조니 워커가 위스키병의 혁신을 가져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니 워커 브랜드가 나오기 전인 1860년대에 당시에는 생소한 사각형 모양의 병을 발표했다. 조니 워커의 사각 병은 둥근 병에 비해 병과 병 사이의 공간을 적게 했다. 그 결과, 위스키 파손의 위험을 줄이면서 더 많이 운송할 수 있게 됐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위스키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

 

조니 워커의 사각 보틀. [사진 김대영]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내세우지만 조니 워커의 종이 병에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투명한 병 속에서 반짝이는 위스키 색을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종이 맛이 위스키에 영향을 미칠 거 같다”, “한 번 오픈하면 빨리 마셔야 할 거 같다”, “유리병만의 감성을 앗아가 버린다” 등 부정적 의견도 위스키 커뮤니티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종이 병 위스키는 앞으로 위스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1년이 기다려진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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