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고 달라진 점요? 저도 느껴보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가서 체감을…(웃음). 제가 둔감한 건지 몰라도 수상 이후로도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생각진 않아요. 정말 기쁘지만 상에 좌우되지 않고 작품 크기, 역할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해나가고 싶어요.”
일본영화 데뷔작 ‘신문기자’(2019)로 올 3월 외국인 배우 최초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배우 심은경(26)의 말이다. 2017년 일본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일본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3년이 됐다. 일본 도쿄에 있는 그를 지난 12일 화상통화로 만났다. 그는 “올 2월 초 tvN 드라마 ‘머니게임’ 촬영을 끝내고 시상식·인터뷰 일정상 일본에 왔는데 한국 한번 나가야지 할 때 코로나가 심해졌다”면서 “가족들을 못 만나 아쉽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며 씩씩하게 웃었다.
엉뚱유쾌 심은경 "디즈니 캐릭터 같았죠"
22일 개봉 일본영화 '블루 아워' 주연
극 중 '번아웃' 경험 20대 초 겪어 공감
일본 무대 도전 3년차…'신문기자'로 데뷔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
심은경은 기요우라 역에 대해 “디즈니 캐릭터 같았다”고 했다. “항상 연기해보고 싶었죠. ‘알라딘’의 지니, ‘겨울왕국’ 올라프 같은 존재요. 항상 주인공 옆에서 위로를 주고 뭔가 각성하는 매개체가 되잖아요. 그런 점이 기요우라의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애드리브 마구 날려…날 것의 연기"
“감독님이 대본에 없는 아이디어, 애드리브를 카오상 모르게 막 날려주면 좋겠다, 거기서 만들어진 날 것의 연기를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실로 오랜만에 제 안에서 필터를 거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연기했죠.”
‘써니’를 제외하곤 남자 배우들과 작업이 많았던 터. 심은경은 “카호상이 세 살 위인데 동년배 여성 배우와 같이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며 “영화 속 우정처럼 서로한테 느낀 동질감이 있었다. 마지막 촬영 때 되게 슬펐다”고 돌이켰다.
20대 초에 번아웃…계속할 수 있을까
“스무 살이 돼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했는데 아직 내 자신이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당시 ‘수상한 그녀’(866만 관객)라는 작품으로 큰 영광, 많은 관심을 받게돼 기쁘고 행복했지만 혼란스러웠죠. 아직 배우로서 자아랄지, 너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서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었어요.”
그는 “이전엔 많은 경험을 쌓고 다른 걸 계속 보여줘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며 버텨냈다.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데 그때보단 조금 더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내가 이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여유가 있는지, 무엇보다 연기하고 싶은지, 영화가 가진 메시지에 동의하는지가 가장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일본서 신인배우 도전장 낸 이유는…
코로나19로 요즘은 하루 15분 산책 외엔 집에서 한국어 책을 읽거나 일본어 한자‧경어 등을 화상 전화로 공부하며 일상을 보낸다. “일본어로 장보는 건 문제 없지만 매스컴 취재에 응할 때는 조금 부족한 초급 실력”이란 그는 “대본 받았을 때 번역 없이 읽는 단계까지 욕심난다”고 했다.
일본 대중들은 심은경을 어떤 배우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잘 의식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본이건 한국이건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정성스럽게 만든 캐릭터와 영화를 관객들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한다면 배우로서 그만한 보람이 없거든요. 그렇게 연기해나가고 싶어요.”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