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을 계기로 이날 소집된 여성가족부 긴급회의에서 민간위원으로 참석한 이 교수는 회의 후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2018년에 발표한 ‘서울시 성희롱 성폭력 사건처리 메뉴얼’에 따르면 인권담당관은 성희롱 고충사건의 결정과 이행결과를 시장에게 보고하게 돼있다. 사실상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어려운 구조다.
이 교수는 아울러 “서울시가 현재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서 국가인권위원회나 별도의 조직이 진상조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서울시가 시행한다는 진상조사는 ‘셀프 징계’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의 조사기관을 둬야한다는 의견이다. 여가부는 제3의 조사기관을 두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또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나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 등의 표현에 대해 “피해자로 부르는데 법적인 근거가 분명하고 사기나 절도 피해자도 모두 피해자로 불린다”며 “‘강도 피해자처럼 성범죄도 피해자라고 불러 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 부른다고 (박 전 시장 등이) 자동 가해자가 되는 게 아니고 결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무죄 추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런 논의는 더 이상 하지 말자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지위와 연관된 논쟁은 앞으로 더이상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고, 여가부에서 그 부분은 분명하게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받아야 할 보호를 받도록 지원을 해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인 박 전 시장 비서 A씨와 관련해선 “안전하게 잘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서울시와 여권 일부 인사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A씨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여가부는 침묵을 지키다 지난 16일 “법령에 따라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받는 사람은 피해자”라며 전직 비서 A씨는 ‘피해자’가 적합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민간위원들은 더이상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없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