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왕국’ NC, 쉬어 갈 타순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15 00:04

수정 2020.07.15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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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강진성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올해 NC 최고 히트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두 NC 다이노스에는 쉬어가는 타순이 없다. 누구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율 3할대 타자들이 즐비하다. 2년 전만 해도 NC는 팀 타율 0.261, 143홈런, 629타점으로, 타격 3대 지표에서 전부 KBO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방망이가 끓어 오르더니, 올해(13일 기준)는 타율 0.292(3위), 84홈런(1위), 358타점(1위)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NC는 어떻게 타격 왕국이 됐을까. 타격 성적이 좋아진 지난해, NC에는 새 타격 코치가 왔다. 2017년 NC에서 은퇴한 이호준(44) 코치와 2012년 NC 창단 코치였던 채종범(43) 코치다. 두 코치는 ‘물방망이’ NC 타선을 살려내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이 코치는 “이동욱 감독님이 ‘팀 뎁스(depth)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줄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백업 선수 기량 증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불방망이 조련한 이호준·채종범
주전과 백업간 격차 줄이기 나서
강진성·권희동에 알테어도 가세
3할대 타자들 즐비, 누구든 한방

사실 NC에는 기존에 박민우, 양의지, 나성범 등 잘 치는 타자가 있었다. 이들 외에 새로운 3할 타자가 나타났다. 강진성, 권희동이다. 강진성은 타율 0.343, 9홈런, 40타점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가끔 한 방을 날렸지만, 기복이 있던 권희동은 올해 타율 0.307, 9홈런, 31타점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 초 1할대 타율로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가 두 달 만에 타율 3할대로 올라섰다. 노진혁, 김성욱, 김찬형, 김태진 등도 방망이를 달구고 있다.
 

NC 이끄는 3할 타자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코치와 채 코치는 선수들에게 능동적인 학습을 권유했다. 먼저 가르치는 대신, 각자 스스로 자신의 타격을 연구한 뒤 부족한 부분을 물어오도록 기다렸다. 채 코치는 “선수들 각자 성향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그러려면 선수가 자신의 타격에 대해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때까지 두 코치는 기다렸다. 눈에 빤히 보이는 단점을 지적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코치들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선수들은 잠재력을 꽃피웠다. 강진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타격 영상과 데이터 등을 보며 열심히 연구한 강진성은 이 코치를 찾아와 “타격할 때 손목을 못 쓰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코치와 채 코치는 논의 끝에 강진성에게 잘 맞는 동작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었다 치는 방법)을 버렸는데, 그게 통했다. 이 코치는 “스스로 공부한 뒤, 코치진과 피드백을 주고받아 나온 결과물은 선수도 빨리 이해하고 수긍해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NC 이호준(왼쪽), 채종범 타격 코치. [사진 NC 다이노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알테어조차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팀 분위기를 따랐다. 먼저 코치들을 찾아와 “기본부터 배우겠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초등학교 선수나 하는 아주 기초적인 훈련도 마다치 않았다.
 
두 코치가 백업 선수 키우기에만 전념한 건 아니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날린 나성범을 위한 맞춤 코칭도 준비했다. 채 코치는 “나성범은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MLB 선수들 영상을 같이 보며 원하는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 코치도 “전지훈련에서 한쪽 구장을 나성범에게 내어주고 본인 루틴대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왔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올 시즌 개막 전, 황순현 NC 대표와 팀 타율 기록을 놓고 ‘밥 사기’ 내기를 했다. 이 코치는 지난해 팀 타율 1위였던 키움 히어로즈 기록(0.282)에, 황 대표는 그 이상의 기록에 걸었다. NC 팀 타율이 0.292이니까 이 코치가 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 코치는 “선수들이 계속 잘해서 내가 지기를 바란다”며 즐거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