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게스트 클럽 입장료 공짜, 남자는 기껏해야 2만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들어가도 '얘 약 했구나'가 보여요. 코를 킁킁대는 애들도 있고… 아픈 줄도 모르고 혀를 씹고 있는 애들도 있고요. 입장하면 거긴 그냥 준다니까요? 'MD'(※클럽 매니저)한테 '○(마약를 뜻하는 은어) 있어요?' 하면 '잠시만요' 이래요."
밀실팀 기자들에게 한 제보자가 설명한 클럽 풍경입니다. 지난해 버닝썬 사건 이후로 잠잠해진 줄로만 알았던 클럽 내 마약 거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온라인에선 신종 거래방식도 등장했는데요. 이 마약을 구매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입니다.
[밀실] 마약에 빠진 20대
"동생이 마약을 끊어야하니까... 아무리 끊으려해도 유통까지 손을 뻗은 친구라 제가 제보하게 됐어요. 20대 초 중반대 애들이 다단계로 마약 유통에 몰려있는 상황이에요, 지금"
경찰에 자수한 지인을 대신해 A씨는 제보를 결심했습니다. 마약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엑스터시의 일종인 ‘구찌’ 등 신종 마약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죠.지난해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전년 대비 14.6% 줄어들었지만(415㎏→362㎏), 신종 마약류는 71.8%나 증가했습니다(48.2㎏→82.7㎏).
제2의 버닝썬?…'다단계 마약 유통'에 빠진다
“마약 제조업자가 제조한 다음에 다 뿌리죠. 그럼 20대 애들이 클럽에 뿌리고…제조업자는 누군지 아무도 몰라요. 일단 (누군가) 마약 하나 받는 데에만 최소 30명 이상이 관련됐다고 볼 수 있어요.”
마약에 손댄 20대들은 대개 클럽 등에서 "한 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호기심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적잖은 수가 '소비자'에서 머물지 않고 직접 유통까지 손을 뻗는 경우가 흔하다고 해요.
다단계 판매조직을 연상시키는 마약 유통망에서 중간책 역할을 맡아 유통을 담당하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면 본인에게 마약을 구입할 돈도 생기고, 종전보다 더 싼 가격에 마약을 구할 수도 있죠.
구매자가 많아질수록 판매자가 피라미드의 꼭짓점, 유통 총판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건데요. 남성의 경우 21~22살 정도, 군입대 직전의 연령대가 대다수입니다.
코로나로 클럽 막히니 다른 곳으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합 금지' 조치로 강남 일대 클럽들이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렇다고 마약 유통이 멈췄을까요. 아닙니다. ‘집합 금지’된 클럽과 달리 '집합 제한' 상태로 영업 중인 룸사롱, 가라오케 등의 유흥주점으로 마약 유통이 옮겨갔을 뿐입니다.
구찌신발을 샀더니 마약 ‘구찌’가 왔다
특히 엑스터시의 일종으로 최근 20대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는 신종 마약 ‘구찌’가 이 방법으로 유통된다고 합니다. 마약 구찌는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모조품 신발과 함께 거래된다고 하네요. 명품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는 건 누군가 대화를 들어도 마약이란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판매자들은 중고거래 게시글 제목에 넣을 기호를 구매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미리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럼 구매 희망자는 해당 기호가 들어간 판매글을 찾아 구매합니다.
마약은 신발 밑창에 넣어 배송됩니다. 이런 '상품'을 일반인이 모르고 구매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판매자가 정상적인 구매 문의는 아예 받지 않을 뿐더러, 모조품에 마약까지 포함된 비싼 가격이라 일반인은 살 이유가 없죠.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사업팀 부장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판매글이 올라와도 몇 시간이면 사라지는 특성상 단속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어둠 속 마약 유통, 끝나지 않는다"
“마약은 끝나지 않아요. 마약은 버닝썬 이후로 더 활성화 됐어요. 몇 개월 동안 본 것만 해도 마약은 활성화가 더 빨라지고 있어요.”(제보자 A씨)
마약범죄를 이야기할 때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의 비율)'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드러난 범죄보다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훨씬 많다는 의미인데요. 마약범죄의 경우 실제 범죄는 적발 건수의 20~30배에 달합니다. 적발 못한 마약류 사범과 신종 마약은 훨씬 많을 거란 얘기죠.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마약범죄의 특징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판매자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구매자는 약물로 쾌락을 얻기 때문에 거래를 차단하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염 교수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마약범죄 수사에 공들이고 있지만, 마약범죄 재범률이 30%를 넘는 만큼 검거와 처벌과 함께 재활치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마약 다단계'의 유통책으로 전락하는 20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마약류 및 약물남용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상담을 원할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예방상담소 ☎1899-0893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최연수·박건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영상=백경민·정유진·이지수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