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입국해 2박3일 방한 일정을 소화 중인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 약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들과 동맹국인 한국을 만나기 위한 것이고, 훌륭한 논의를 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최, 옛 사고방식 갇혀 있고 부정적”
방한 전 최선희 도발에 작심 발언
트럼프, 3차 북·미 정상회담 언급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
주한 미 대사관은 오후 약식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자료로 냈는데, 자료에는 비건 부장관이 이들에 대해 “두 인물 다 가능한 것에 대해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이며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현장에선 하지 않은 발언으로, 보도자료에서도 삭제하는 게 통상적인데 대사관 측은 “보도자료 내용 모두 비건 부장관의 발언으로 인용해 보도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꼭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로 미 측이 인식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는 진정한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고 살라미 전술로 이득만 취하려 하는 북한 외무성 대미 라인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볼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북핵 협상 경험이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머릿속엔 오래된 협상 교본이 각인돼 있어 협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건 부장관은 “협상할 권한이 있는 카운터파트(협상 상대)를 김정은 위원장이 임명하면 그들은 그 순간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최선희가 아닌 새로운 카운터파트를 원한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그간의 실무협상에서 북측 대표단이 “비핵화에 대해선 협상할 권한이 없다”거나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만 결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온 것을 염두에 둔 셈이다.
직접 소개한 것처럼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북·미 접촉보다 한·미 협의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오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는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를 면담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후보자를 만나는 건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새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정책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는 9일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물론 그렇게 할 것”이라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